[프리즘]5G 상용화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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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다가 독일에서 선물 가게에 들렀다. 한참 둘러보다가 스테인리스 보온물통에 손이 갔다. 그러나 예쁘긴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다. 눈에 확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메이드 인 저머니.' 마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국가 이미지라는 힘은 강력하다. 독일이 좋은 물건을 만든다는 것이야 자자한 사실 아닌가. 문득 '한국은 어떤 이미지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보다 앞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19에 갔다. 올해 주제는 5세대(5G) 이동통신이었고, 우리나라 기업이 명실상부한 주인공이었다. 세계 이목이 우리나라 5G 스마트폰과 5G 상용화 일정에 집중됐다. 가입자를 수억 명 확보한 세계 이통 사업자가 우리나라 이통사와 손잡으려고 줄을 섰다.

도이치텔레콤은 5G망 설계 노하우를 배우고 싶고, NTT도코모는 '올 봄 5G 상용화 일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칭호는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정보통신부'라는 조직을 꾸리고 기업과 힘을 합쳐 '맨 땅에 헤딩'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ICT 강국'은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굳이 이걸 버려야 할 이유가 있는가? 떠오르는 이미지라고는 '분단'이나 '핵무기'가 고작인 이 나라에서 굳이 이처럼 좋은 이미지를 버려야 할 이유가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5G 상용화 일정이 며칠 늦어질 것 같다며 소란이다. '정부가 세계 최초에 집착해서 무리했다'는 게 이유다. 비판을 정확히 하자. 세계 최초를 노린 게 문제인가, 일정을 빠듯하게 잡은 게 문제인가? 조금 서둘렀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차분히 지켜보자.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