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미세먼지, 공청기 시장 확 키웠다…연간 350만대 전망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본점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본점에서 고객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올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겪으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3월 들어 사상 최초로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몇 배나 증가했다. 인기 모델은 일시적인 제품 공급 부족 사태까지 겪고 있다. 미세먼지 사태가 초여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은 역대 최고인 350만대 이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이달 1~7일 일주일 동안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국내 가전유통 1위인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이 기간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자랜드도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제조사는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약 3배 증가했다. 대유위니아는 1~5일 판매량이 685%나 급증했다.

미세먼지가 일시 주춤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도 서풍이 불어오는 6월까지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몇 달은 미세먼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공기청정기 시장은 해마다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40만대 수준이던 시장은 지난해 250만대로 커졌다. 올해 초 업계는 올해 시장이 총 3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시장 전망도 바뀌었다. 현재까지 판매 추세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전체 시장 규모를 300만대 정도로 추산했다가 최근에 시장 전망치를 상향했다”면서 “현재 판매 추세를 감안하면 전년보다 100만대 이상 성장한 35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350만대 판매는 단일 가전 품목으로는 최다 판매량이다. 이 같은 시장 확대는 소비 패턴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기존에는 가구당 1대 사용했지만 이제는 방마다 설치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는 가전시장 판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기청정기 이외에 건조기,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 등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환경가전 테마로 묶이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차량용 공기청정기, 휴대용 공기청정기 등 새로운 시장도 떠오르면서 관련 제품 개발과 출시 준비로 분주하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어렵고 매년 봄에 황사 시즌도 반복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 등 환경 관련 제품군은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