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2벤처 붐 확산, 벤처기업은 고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발표는 시의 적절했다. 벤처기업협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올해를 혁신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제 인프라 형성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벤처기업협회가 제기한 주장이 대폭 반영됐다. '제2의 벤처 붐' 길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난 2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혁신 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이어 정부가 혁신 성장 주체로서 벤처업계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 정책을 제시한 것은 벤처업계를 고무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대한민국 벤처기업 수는 3만7000개를 넘었다.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고, 벤처천억기업은 10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572개를 달성했다. 신규 벤처투자 금액과 주식상장(IPO), 장외주식 거래, 인수합병(M&A) 등 회수 규모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달성하며 벤처투자 및 회수 확대 등 일부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창업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소프트웨어(SW) 분야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 벤처 투자는 여전히 재정·모태펀드 중심이다. 민간 자본의 자율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규제로 인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제도 등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신산업 출현과 우수 인력 유입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번 전략 발표를 통해 신산업 분야 창업 촉진과 민간 자본 투자 활성화, 스케일업 지원 확대, 스타트업 친화형 생태계 강화와 민간 주도의 벤처확인 제도 개편을 천명하며 벤처 창업 생태계에서 민간 역할을 확대한 것은 매우 고무되는 일이다.

특히 신규 벤처 투자 규모를 현재 3조4000억원에서 2022년까지 5조원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공공 부문 역할을 지속하고 벤처기업 경영권 유지를 위한 차등 의결권 도입 검토는 벤처 생태계 자생력을 기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책을 통해 창업 초기 단계 지원에서 벗어나 창업 기업의 스케일업 집중 지원으로 방향이 전환된 것에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에는 3만7000여개의 벤처 인증 기업을 포함, 7만여개 벤처 출신 기업이 있다. 스케일업 정책은 이러한 벤처기업이 스케일업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 선도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병역특례제도와 함께 고급 인력의 벤처업계 유입에 가장 크게 기여한 스톡옵션 제도는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고 난 후 가치를 상실했다가 지난 대책을 통해 일부분 세제 혜택 보완이 됐지만 현장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여기에 스톡옵션 행사 이익의 비과세 확대(3000만원)는 벤처기업의 핵심 인재 확보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정부의 의지, 방향성, 시기는 삼박자 모두 적정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의 근본 및 구조 문제를 뜯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으로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사업은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법에서 금지하는 사업 가운데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새로운 규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벤처인들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과거와 같은 벤처 르네상스와 벤처기업 비상을 고대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벤처 재도약 방안으로 벤처기업인과 정부가 손을 맞잡고 함께 고민해 명실상부한 제2벤처 붐 시대를 열어 나가길 기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charles@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