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 년에 단 하루, 하지만 완벽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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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 년에 단 하루, 하지만 완벽한 나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옛 시가지에 위치한 '우주피스 공화국'은 1년에 단 하루, 그것도 만우절에만 운영된다.

'우주피스'는 리투아니아어로 '강 반대편'을 뜻한다. 1997년 4월 1일, 빌뉴스 옛 시가지에 거주하고 있던 몇몇 예술가들이 이 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 매년 만우절 24시간 동안만 하나의 국가로 기능한다. 마이크로네이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부 조직과 내각은 물론 자체 국기, 군대, 헌법, 화폐 등을 두고 있어 기존 국가와 다르지 않다.

이 나라 탄생 배경을 보면 흥미롭다. 리투아니아는 원래 옛 소련의 일부였다가 1991년에 독립했다. 한동안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동네에 따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낙후한 곳도 많았다.

수도인 빌뉴스에는 가난한 예술가나 집 없는 보헤미안들이 외진 곳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그때 이들이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은 것은 우주피스 공화국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목적은 진짜 나라를 만든다는 게 아니었다. 정부 간섭을 거부하고 예술가들만의 자유로운 아지트를 선포한다는 예술 행위였다. 1년에 단 하루지만 하나의 국가로서 제 기능을 다하고자 헌법에 기초해 주민 모두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제 역할을 다하는 등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 등 세상은 4차 산업혁명 물결과 함께 변혁을 맞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를 넘어 수소연료전지차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고 미래 산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우리나라 기업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선보인 폴더블폰은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변화를 향한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공감하는 R&D 성과 창출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D 효율성이라는 질 측면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기술 우위 품목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 숨 가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찾아서 집중해야 할 때다.

소재 기술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변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핵심 분야다.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정책도 수소의 안전한 저장과 운송을 위해서는 소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인 센서 경쟁력도 소재 기술이 좌우한다.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에는 재료연구소가 개발한 '우주발사체 열차폐 코팅 기술'이 적용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사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생각의 폭을 넓혀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소재(재료)와 소재 기술의 결합체다. 소재가 모여 부품이 되고, 이 부품들이 모여 하나의 완제품을 형성한다. 제품의 특성을 든든히 받쳐 주는 소재 기술 기반 없이는 완성된 기능을 보여 주는 제품 또한 존재하기 어렵다.

우주피스 공화국 사례는 필자에게 소재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해 줬다. 1년에 단 하루이긴 해도 그 하루 동안 하나의 나라로서 모든 것을 갖추고, 나아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은다.

소재와 소재 기술도 이와 같다.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씩 빠짐없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하나의 완제품이 나오고, 제 기능을 발휘한다.

불황을 이겨 내려는 예술 아이디어로 탄생한 우주피스 공화국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등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우리 소재 분야도 정부, 과학기술인, 산업계 모두 빠짐없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혁신 성장 산업으로 길러 낼 수 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 ljh1239@kim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