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공지능으로 2000년 유럽역사 디지털로 바꾼다

네이버가 유럽 전역에 산재한 고문서, 유물 등을 디지털·빅데이터 자료로 바꾼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인정받은 동시에 글로벌 진출 기틀을 다질 기회를 잡았다. 유럽연합(EU)은 5년 동안 이 같은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포함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에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13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랩스 유럽이 창립 멤버로 참가한 '타임머신' 프로젝트가 '유로 플래그십 사이언스 이니셔티브'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네이버를 비롯해 스위스 로잔공대(EPFL), 유비소프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가한다.

타임머신 프로젝트는 유럽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문서, 유물을 디지털 자료로 바꿔서 공공에 개방하는 것이 목표다. 가공된 데이터는 학술 자료는 물론 콘텐츠 개발 등 산업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약 20개 과제 후보를 놓고 검토한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문화, 의료, 에너지 등 6개분야 과제를 선정했다. EU는 타임머신 등 선정된 과제에 우선 각각 100만유로(12억원)를 투입한다.

연구진은 전시된 자료는 물론 수장고 등에 보관되고 있는 미공개 자료까지 발굴할 계획이다. 방대한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 네이버랩스는 타임머신 프로젝트에 '지능형 패턴인식'(IPR) 기술을 제공한다. AI가 문서 등 객체를 분석해서 가치를 부여하고 분류하는 기술로, 프로젝트 핵심으로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랩스 유럽이 타임머신 창립 멤버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AI를 기반으로 한 인텔리전트 패턴 인식, 역사 문서 이해 등 전문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랩스는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세시대 문서부터 인공위성 이미지까지 방대한 정보를 AI가 스스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타임머신 프로젝트에 대해 “전례 없는 규모와 데이터 복잡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AI 경쟁에서 유럽이 강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서 “대규모 컴퓨팅과 결합한 역사 자료 디지털화는 유럽 전체 사회, 문화, 지리적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 사진=전자신문DB
유럽연합. 사진=전자신문DB

네이버랩스 유럽은 네이버가 2017년에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유럽센터(XRCE)가 모태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프랑스에 위치해 네이버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네이버랩스 유럽 인수 후 1년 중 수개월을 프랑스에서 보내면서 네이버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과의 시너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랩스 코리아와 네이버랩스 유럽 연구진은 오는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컴퓨터비전·패턴인식(CVPR) 콘퍼런스에서 공동 저술 논문을 발표한다. 논문은 '맵 업데이트를 위해 관심 분야 변화를 감지하는 능동 학습 방법'으로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서비스 핵심 기술에서 협업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EU 대형 과제에 참여해 한국 기업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유럽의 방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 “연구 참여로 쌓은 노하우를 국내외에서 각종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