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수출 강국도 옛말...내리막길 걷는 韓 '행정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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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수출 강국도 옛말...내리막길 걷는 韓 '행정 한류'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액이 2015년 5억달러 돌파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보유했다고 외치지만 수출 시장은 어둡다. 대기업 주도 대형 수출이 줄어들고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 신흥 전자정부 강국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각국 정부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ICT) 등장에 따른 새로운 디지털 전자정부 전략을 마련하는 시점에서 모멘텀 전략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자정부 수출액은 2015년 5억3404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2억6945만달러), 2017년(2억3000만달러)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전자정부 수출액은 기업 지난해 실적 공시가 끝난 시점 이후 취합하기 때문에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2억달러 규모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정부 수출액 2억달러 규모는 201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은 2002년 시작(10만달러 수준) 후 초반에 미미하다가 2010년 이후 급증, 2011년 처음 2억달러를 돌파하며 전자정부 수출 청신호를 알렸다. 이후 해마다 30∼40%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2015년 5억달러 돌파의 쾌거를 올렸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이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과 2012년 2회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국제적 위상이 강화된 덕분이다. 정부는 2016년 전자정부 수출 3개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18년까지 수출 실적 10억달러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6년에 2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목표치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16년 전자정부 수출액이 급감한 것은 대기업 주도의 대형 사업 수주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0년 초반에 전자정부 수출은 삼성SDS, LG CNS, SK(주)C&C 등 대형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와 중견 IT서비스 기업 등이 주도했다. 2016년 이후에는 대형 IT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이 어려워졌다. 해외 사업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내 전자정부 구축 실적이 필요하다. 2013년 대기업 참여제한 법 시행 후 삼성SDS는 공공사업을 중단했다. 2016년에는 해외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3년 이내 구축 실적이 없어 불가능하다. 그나마 전자정부 수출 명맥을 이어 가던 LG CNS도 지난해 신규 해외 수주 건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주도의 대형 수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액도 급격히 줄었다.

대기업 주도 전자정부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국이 경쟁자로 떠올랐다. 최근 전자정부 신규 프로젝트가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PC 온라인 기반의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등 신기술 대응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 신흥국이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해서 수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전자정부 수출 업무를 10여년 담당한 한 기업 임원은 “과거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해 준 베트남이 이젠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에 전자정부 시스템을 수출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면서 “예전에 전자정부 하면 한국을 가장 높이 평가했지만 최근 경쟁에선 신흥국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입찰에 참여, 경쟁이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차세대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 후반∼2010년에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국가가 앞으로 2∼3년의 차세대를 준비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교육, 보건·의료, 세금 등 분야별로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을 더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성욱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올해부터 진행하는 다양한 차세대 전자정부 사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서 레퍼런스를 쌓고 2∼3년 후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대·중소기업이 함께 협력해서 예전처럼 전자정부 수출을 주도하도록 정부가 수시로 동향을 파악해 전달하고 협업 모델을 만드는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전자정부 수출 실적, 자료:행정안전부(단위: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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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