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씨카드-만디리은행 인니 합작법인 해체...인니 정부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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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가 2014년 주도한 인도네시아 ICT 인프라 구축사업이 인니 정부의 몽니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비씨카드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비씨카드가 2014년 주도한 인도네시아 ICT 인프라 구축사업이 인니 정부의 몽니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비씨카드 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비씨카드와 인도네시아 최대 국책은행 만디리은행이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 해체된다. 비씨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49%를 만디리은행에 일괄 매각했다. 한국 첫 인도네시아 카드결제 프로세싱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인도네시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14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비씨카드가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손잡고 추진해 온 '카드결제 프로세싱 수출 사업'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로 위기를 맞았다. 사업은 한국 지불결제 시스템을 통째로 인도네시아에 이식하는 대형 정보기술(IT) 사업이다. 비씨카드 카드결제 인프라를 수출하고 중장기로 ICT 인프라 구축 사업을 펼칠 예정이었다. 비씨카드는 국내 금융사 최초로 만디리은행의 합작 파트너 선정 입찰에 참여, 미국·일본·독일 등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경쟁한 끝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만디리은행과 51대 49의 지분 비율로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지 금융결제 인프라 등은 자국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며 해외 자본 참여를 막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책은행인 만디리은행에는 외국 기업 참여를 배제하라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비씨카드는 합작법인 지분을 모두 만디리은행에 넘기고 사업 유지 보수 관리만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합작법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국영기업 결제 관련 사업에 외자 제한을 요청, 지분을 전량 정리하게 됐다”면서 “다만 사업은 계속 진행된다. 비씨카드는 조인트벤처가 아닌 서비스 공급자로서 인도네시아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전했다.

업계는 합작법인이 사실상 만디리은행 자회사로 편입돼 현지에서 일궈 온 IT 인프라를 고스란히 인도네시아 기업에 넘기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합작법인이 해체 절차를 밟는 만큼 비씨카드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씨카드는 이르면 이달 내 지분 청산 관련 결과를 발표하고, 금융 당국에도 보고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 ICT 수출 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합작법인 설립은 물론 비씨카드 산하 스마트로 등 계열사를 모두 사업에 동참시켰다. 한국 매입 시스템과 신용카드 시스템 구축, 가맹점 확대, 단말기 보급, 결제 프로세싱, 마케팅 플랫폼 등 신용카드 IT 프로세싱 전체 사업을 5년여 동안 추진했다. 인도네시아 통신 사업과 다양한 금융, 페이먼트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금융 당국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가 외자 제한을 공식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금융 IT 관련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함께 새로 떠오른 주요 수출 대상 국가다. 특히 금융과 IT 부문 인프라가 미비, 한국 기업에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연평균성장률(CAGR)은 각각 21%, 17%에 이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