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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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50년 전. 경남 한 중학교 교사는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려는 학생에게 손길을 내민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학비와 숙식까지 제공하겠다는 은사의 뜻을 따랐다면 이 학생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학생은 고민 끝에 편히 은사 곁에 남는 길 대신 서울행을 택했다. 힘들지만 서울 친척댁에 머물며 더 큰 꿈을 꾸겠다 다짐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하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이 학생이 국내 1호 대학생 창업자이자 벤처와 소프트웨어(SW) 업계 선구자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다.

조 회장이 SW업계에 몸 담은지 40여년이 흘렀다. 1980년대 정보화시대 태동부터 1990년대 말 벤처 붐에 이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 조명받는 SW산업까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산증인이다.

특히 SW업계에서 조 회장은 남다른 인물이다. 1983년 대학교 3학년 당시, 국내서 처음으로 기업간기업(B2B)용 패키지SW를 출시했다. 1988년 한국SW산업협회 발족 멤버로 참여, SW업계를 대변하는 대표 협회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 한국SW산업협회장으로 활동하며 SW업계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등 업계를 대표해 동분서주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정기총회를 끝으로 6년간 맡아온 SW산업협회장 자리를 떠났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를 최근 강남 비트컴퓨터 사옥에서 만났다. 6년간 어깨를 짓눌러온 책임감과 무게감을 내려놓아서인지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SW산업 발전을 위한 젊은 인재와 정부 역할을 이야기할 때 표정은 여전히 비장했다. 협회장으로서 역할은 끝났지만 여전히 SW산업 발전을 위한 역할과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대담=김인순 SW융합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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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이끈 SW산업협회, 양적·질적 성장

SW산업협회는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SW업계 시작부터 함께한 대표 단체다. 30년 역사 동안 6년간 연이어 SW협회장을 맡은 이는 조 회장이 유일이다. 2013년부터 세 차례 연임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6년, 조 회장 퇴임 첫 소회는 “결과가 좋으면 힘든 것도 행복하게 기억 남는다”였다.

협회 성장은 조 회장 취임 전·후로 나뉜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회 성장 바로미터는 회원수다. 조 회장 취임 전 2012년 1123개에 머물렀던 정회원사는 2019년 현재 1849개로 65% 증가했다. 신규 회원수는 2012년 60개에서 지난해 248개로 313% 늘었다. 협회 사무국 규모도 확대했다. 2012년 37명이던 직원수는 최근 67명까지 늘었고, 조직도 2실 5팀에서 3실 8팀으로 확대해 회원사 지원을 강화했다. 조 회장은 “아무리 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해도 회원수가 줄어들면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면서 “사무국 직원 모두가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협회와 함께하겠다는 회원사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장 6년,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조 회장은 협회장으로 활동한 6년 동안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그는 SW업계 최초 특별 사면과 지난해 개최한 협회 창립 30주년 행사를 꼽았다. 2015년 8월 광복70주년 특별사면 대상으로 SW와 건설 부문이 시행됐다. 113개 기업이 부정당 제제조치를 해제 받았다. 조 회장은 “SW업체 가운데 부정당 제재조치를 받아 입찰에 감점받거나 제한 조치를 받는 기업이 많았다”면서 “SW업계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시행한 덕분에 100여개 기업이 안정적 사업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한국SW산업협회 30주년 영웅들의 잔치'를 부제로 SW산업 주요 인사가 행사에 모였다. 유영민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역대 SW 관련 장관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조 회장이 직접 섭외에 나선 덕분이다. 조 회장은 “협회 창립 멤버로 시작해 30주년 기념식까지 주관하는 역할을 맡아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많은 전·현직 장관이 기꺼이 행사에 함께해 지난 30년간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SW산업을 조망하는 뜻깊은 행사이자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SW '국'에서 '실'로 승격 염원

6년간 SW협회장으로서 열심히 뛰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조 회장은 임기 마지막까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SW 담당 부서를 'SW국'에서 'SW실'로 승격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회장은 “이전 정부 때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SW기업을 선택했다”면서 “당시 대통령에게 SW를 '과' 단위가 아니라 '국'으로 승격시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요구했고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당시 'SW국'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실'급으로 SW서비스사를 만들어 SW산업을 지원한다”면서 “각국 정부가 SW 정책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최소 실급으로 부서를 키워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산업 전반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SW인재가 핵심…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조 회장이 협회장 시절뿐 아니라 30여년 넘게 현업에 종사하며 강조한 것이 '사람'이다. SW는 개발자가 핵심이다. SW를 개발하는 인력이 우수해야 양질 SW를 개발한다.

국내는 한 해 1만명가량 SW 신규 인력이 배출된다. 같은 시기 중국은 신규 SW 배출 인력이 74만명가량이다. 인도는 20만명 이상이다. 조 회장은 “중국에서 작년 상반기 매출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이 160여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80∼90%가 SW를 기반으로 서비스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해마다 우리나라 70배에 달하는 SW인력이 양성돼 서비스 개발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SW 인재 양적·질적 두 가지 모두 높여야할 때”라면서 “SW인력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W 우수 인재는 단기간에 양성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현업에 필요한 주요 과목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입사 후 현장에서 실력을 키워야하는 데 상황은 반대다.

조 회장은 “SW기업은 바로 현장 투입 가능한 신입 사원을 원하는 데 공대졸업생 수준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 경험이나 학점 스펙이 전부”라면서 “신입 사원 채용 후 재교육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돼 신입 사원 대신 경력 채용을 선호하게 돼 고용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졸업 전 7번 방학 기회가 있는데 적어도 3번은 SW개발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졸업하라고 권한다”면서 “C 학점이어도 상관없다.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SW를 개발했는지가 취업을 결정한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비트컴퓨터 교육센터를 1990년에 설립한 것도 실력있는 개발자를 양성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이 제공하기 위해서다. 비트컴퓨터 교육센터는 철저히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은 6개월 간 1300시간 교육받으며 자신만의 개발 역량을 쌓는다. 교육 후 현장 투입이 가능할 정도다. 비트컴퓨터 교육센터 출신은 국내외 주요 개발 현장에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조 회장은 “최근 SW교육 롤모델로 프랑스 '에콜42'를 많이 언급하는데 비트컴퓨터 교육센터는 에콜42 원조격”이라면서 “대학과 개념이 다른 실무형 교육을 제공해 고용 미스매칭을 줄이고 SW개발자 능력을 키우는 데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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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아니라 '1호'…미래 사회 핵심 역량은 'SW'

조 회장은 벤처와 SW업계 꿈나무에게 롤모델이다. 조 회장은 미래 인재들에게 '1호가 되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학생 벤처 1호, 패키지 SW개발 1호 등 100여개 달하는 1호 타이틀을 가졌다. 조 회장은 “1등은 언제가 바뀌지만 1호는 바뀌지 않는다”면서 “지식이 많으면 1등이지만 상상력이 많으면 1호가 될 수 있다. 남과 다른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1호가 되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SW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모든 핵심 요소가 SW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면서 “'SW의, SW에 의한, SW를 위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할 만큼 SW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가정 수준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로 나눠 직업이 결정됐지만 미래 직업은 SW하는 사람과 다른 것을 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면서 “SW 잘하면 성공하고 못하면 그저그런 사람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SW를 접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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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인하대 대학원 공학 명예박사를 수여했다. 1983년 인하대 3학년 재학 시절 패키지 SW 제품을 개발, 비트컴퓨터를 창업했다. 대학생 벤처 창업 1호로 주목받으며 의료 패키지SW 시장을 주도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했다. 1898년 한국SW산업협회 발기인으로 참여해 SW협회 발족을 주도했다. 협회 창립 25년이 지난 2013년, 제14대 한국SW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16대까지 6년간 SW산업협회를 이끌었다.

2000년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조현정재단을 설립,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꿈을 펼치도록 지원했다. 매년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을 선발해 고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 2학년까지 4년간 1200여만원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300여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현재 대학 졸업 후 의료, 공공 등 주요 산업에서 요직을 담당한다.

정리=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