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글로벌 통신사, '콘텐츠'가 미래경쟁 좌우

[이슈분석] 글로벌 통신사, '콘텐츠'가 미래경쟁 좌우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시장 공습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신사와 미디어·콘텐츠 기업이 인수합병(M&A)으로 대응하고 있다.

통신사가 미디어·콘텐츠 역량을 확보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미디어·콘텐츠 기업은 유통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통신사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자를 인수합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 콘텐츠 기업 인수로 경쟁력 확보

통신사는 미디어·콘텐츠 기업을 인수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아메리카온라인(AOL), 어썸니스TV, 야후를 인수합병했다. AT&T는 디렉TV에 이어 타임워너 인수에도 성공했다.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 또한 NBC유니버설, 드림웍스를 인수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대표적 콘텐츠 강화를 위한 M&A 사례로 손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해 현대 미디어 비즈니스 트렌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워너미디어그룹은 뉴스 채널 CNN 등을 보유, 미국의 케이블TV 시대를 대표해왔다. AT&T는 타임워너를 인수, 인기 콘텐츠를 확보해 새로운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AT&T와 디렉티비(DirecTV)가 보유한 '디렉티비 나우', 타임워너가 가진 'HBO 고/나우' '맥스 고' 등은 온라인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AT&T는 타임워너 인수 이후 CNN, TBS, 카툰네트워크 등 채널을 보유한 터너미디어를 해체해 각 부분으로 편입했다. 또 워너미디어를 새로 설립해 넷플릭스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구체화했다.

AT&T는 타임워너를 통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했다.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등 OTT와 경쟁하기 위해 타임워너가 장기계약한 MLB, NBA 등 라이브 스포츠 방영권은 커다란 수확이다.

타임워너 또한 전통적 유료방송플랫폼이 제공하는 고객 접점 수준을 넘어 AT&T가 가진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

활발한 이종 결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규제기관이 통신과 미디어, 콘텐츠 간 이종 결합에 대해서 개방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와 법원은 AT&T의 타임워너 M&A에 대해 전통적인 유료방송 시장 내 경쟁 상황뿐 아니라 새로운 OTT 시장과 경쟁도 고려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 계획 발표 이후 인수 완료까지 2년여 시간이 소요됐다. 미 법무부(DOJ)가 AT&T와 타임워너 M&A가 경쟁사업자와 이용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독점금지법(Clayton Act) 제7조에 근거해 인수 불허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법무부 주장이 이론에 치우치고 증거를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허용했다. 결국 법원이 OTT 공습을 고려, 인수합병이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었다는 AT&T 주장에 동의했다는 평가다.

또 모바일에서 OTT가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AT&T가 OTT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 수입이 증가할 수 있도록 콘텐츠 이용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판단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통신사,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콘텐츠 제작까지 기대

국내 시장 또한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8년 5136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7801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가입자 포화와 전략 부재로 인해 성장 정체 국면에 직면했다. 전통적 케이블TV 매출은 2014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유튜브, 네이버TV 등 OTT 급속한 확산은 이용자 차별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차별화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 흐름을 읽은 국내 사업자 또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CJ헬로와 티브로드 인수에 돌입했고 KT도 합산규제가 재도입되지 않을 경우 딜라이브를 인수할 예정이다. 글로벌 트렌드처럼 콘텐츠 기업 인수는 아니지만 케이블TV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가입자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콘텐츠 자체 제작까지 염두에 둔 시도다.

이통사 관계자는 “OTT는 콘텐츠 차별화, 빅데이터 맞춤형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통신사도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확대뿐만 아니라 콘텐츠 투자, 빅데이터 확보, 신기술과 접목 서비스 도입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