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18>새로운 세상과의 경계 '스마트시티'(3)

[김태형의 디자인 싱킹]<18>새로운 세상과의 경계 '스마트시티'(3)

필자는 이전에 연재한 글에서 미국 뉴욕시를 통해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의 하나로 '도시의 주체에 대한 사고방식 전환'을 꼽은 바 있다. 이는 뉴욕시가 도시 혁신을 추진하면서 기술이 아니라 도시 사용자인 '시민'에게 접근, 좋은 성과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실 및 디지털 공간을 떠나 뉴욕시민이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 도시 혁신 모델로서 뉴욕시가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뉴욕시 외에도 사용자에 기반을 둔 도시 혁신 모델은 다양한 형태로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시티와 함께 떠오르고 있는 혁신 모델의 하나인 '리빙랩'은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요구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해 주는 사용자 주도의 혁신 플랫폼으로, 유럽 및 우리나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이번에는 뉴욕시에 이어 도시 혁신 플랫폼인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시민 중심 접근 방식으로써 두 번째 리빙랩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리빙랩은 2004년 윌리엄 미첼 MIT 교수가 기존 연구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이것은 단어 그대로 '살아있는 실험실'이라는 뜻이다. 대체로 '사용자, 생산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생활 현장에서 공동으로 혁신해 가는 실험의 장'을 의미한다. 즉 환경, 안전 등과 같이 중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제된 공간인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술이 활용될 실생활 공간에서 사용자가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며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리빙랩은 목적이나 이해관계자 범위, 활용 의도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된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용자 중심의 리빙랩 프로세스는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인 디자인 싱킹과도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 관점에서 '사용자에 대한 공감→재정의→아이디어화→시제품화→테스트'라는 5단계를 통해 △사용자의 숨겨진 요구를 발굴하고 △다양한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더욱더 지속 가능한 △해결 혁신 방안을 찾아내도록 한다. 이것처럼 리빙랩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 그 속에서의 상호 작용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사용자 의미 부여를 통해 문제를 개념화하고 △시제품 개발을 통해 현장에서 실증하는 탐색→실험→평가의 단계를 거친다.

유럽에서는 공공과 더불어 민간에서도 디자인 싱킹을 통해 사회 영향력을 더 크게 행사할 수 있도록 창의 활동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리빙랩이 움직이고 있다. 실제 19개 리빙랩 연합체인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에 따르면 유럽에서 리빙랩이 가장 많이 활성화된 분야는 헬스, 웰빙 같은 더 건강한 삶과 관련된 것 52%, 사회 문제 해결 41%, 격차 해소 및 스마트시티에 30% 이상 등이다. 이는 공공 영역 외에도 필립스·텔레노어·일렉트로룩스·에릭슨 등 다양한 기술 기업이 도시 내 시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특히 삶의 질과 관련된 주요 분야 혁신을 위해 리빙랩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또 유럽에서는 시민을 위한 새로운 공공 서비스 개발 및 실행, 공무원 혁신 마인드 제고, 도시 내 다양한 협력과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리빙랩을 활용한다.

리빙랩은 철저히 수요자 기반 기술 실험 및 검증을 통해 결과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연구·기술 개발 등을 도시 스스로 구체화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다음에는 시민 중심 도시 혁신 플랫폼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리빙랩이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