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에만 데이터 개방 압박하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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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경제 전환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 움직임에도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 대거 데이터 개방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시중 은행 결제망을 개방하고 민간 금융사 정보 제공 방식까지도 표준화를 주도하던 금융 당국이 정작 금융 시장 핵심 정보를 보유한 주요 기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데이터 개방이 '따로국밥'으로 추진되면서 정책 사각 지대가 발생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중소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산하 기관이 개별 관리·개방하고 있는 금융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통합 개방을 추진한다.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자료 오픈API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예탁결제원 주주·증권채권 정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폐업·창업정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기업정보 등을 오픈API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표준종합정보 개방은 범정부 단위로 추진하는 '공공데이터 혁신전략'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2월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직속 기관 및 산하·공공 기관은 공공데이터를 오픈API 등으로 표준화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동시에 은행 등 민간 부문의 데이터 개방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결제·송금을 처리하기 위한 금융결제망을 오픈API 형태로 개방, 공동 결제시스템(오픈뱅킹) 구축을 추진하는 동시에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표준API 마련 방안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에는 유관기관, 금융기관, 핀테크·데이터 산업 종사자가 참여해 API를 통한 정보 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논의한다.

이처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두 갈래로 이뤄지는 데이터 개방 움직임에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유관 기관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와 증권금융이 자본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업무를 수행하고, 이에 따른 각종 핵심 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간 기관으로 분류해 별도 협의체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협의체 구성에도 한국거래소와 증권금융은 제외돼 있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이미 많은 수준의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며 API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전자공시시스템 정보를 API 형태로 확대 공급키로 한 금감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 지정을 피한 대신 공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경영 정보를 공개하게 됐지만 공공데이터 개방 의무는 없다.

공매도 잔액 공개 여부를 두고 발생한 금감원과 핀테크 업체 간 갈등이 대표 사례다. 공매도 잔액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안부 산하 공공데이터 제공 분쟁조정위원회 판단에도 금감원은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데이터 개방 정책이 별도로 추진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유사 정보를 제공하는 예탁결제원과 코스콤 등은 이미 각종 정보를 API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거래소와 증권금융은 이미 많은 정보를 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있고,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금감원 등에서 공매도 등 민감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공공데이터 개방 및 민간 협의체 모두 빠져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민간 단위의 데이터 개방 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에만 데이터 개방 압박하는 금융당국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