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조정원, 베트남에 우리 '리니언시' 심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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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주목받는 베트남에 우리나라 '자진신고자감면제(리니언시)'가 이식된다.

이번 사업으로 베트남 공정거래 수준이 향상되고,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 경영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은 KOTRA 사업 일환으로 '베트남 공정경쟁 역량 강화 통상연계형 경협사업'을 오는 5월까지 마무리 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사업 핵심은 한국 리니언시 제도를 베트남에 이식하는 것이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 사업자가 경쟁당국에 자진신고하면 고발·과징금 등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위법 기업 간 불신을 조장해 담합을 무력화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공정위가 제재하는 담합사건의 70~80%가 리니언시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베트남은 2004년 경쟁법을 제정해 우리나라 공정거래법(1982년)보다 역사가 20년 이상 짧다. 1997년 리니언시를 적용한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아직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이번에 리니언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조정원이 우리 모델을 전수한다.

조정원은 리니언시 관련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안(draft)을 제공한다. 한국 리니언시를 모델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6월 말까지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한다.

조정원 관계자는 “하위법령 제정으로 리니언시의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는데 이번 사업 목적이 있다”면서 “베트남 현지 연구원과 공동연구, 컨설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한국 리니언시가 이식되면 현지 진출, 혹은 진출 예정 한국 기업에 도움이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은 경쟁법 도입 역사가 짧아 현지 진출 기업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얻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와 경쟁법 체계·내용이 달라 많은 혼란을 겪는다. 베트남이 한국과 유사한 형태로 리니언시를 도입하면 법·제도 차이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줄고,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으로 우리 기업 사업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정원 관계자는 “조정원 차원에서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경쟁법·제도를 전수하는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정원은 이와 함께 베트남 담당 공무원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연수를 실시했다. 실무 공무원과 법학·경제학 전문강사의 강의·토론, 유관기관 현장방문 등으로 우리나라 리니언시, 경제분석 시스템 등 경쟁법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열어 이번 제안하는 하위법령을 조문별로 해설해 리니언시가 실질 활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신동권 조정원장은 “베트남은 경제성장이 빨라 공정거래 수요가 늘고 있고 경쟁법 집행도 강화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사업은 동남아 지역에 우리 제도를 전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