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M&A 인·허가, 이제는 바꾸자]〈1〉순차적 심사를 병렬적 심사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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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변경승인·인가를 신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여부는 과기정통부와 공정위 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과기정통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공익성 심사와 변경 인가 여부를, 공정위는 LG유플러스·CJ헬로 간 기업결합 경쟁제한성 여부를 집중 심사한다.

절차적으로 공정위 심사 및 시정조치, 과기정통부 장관 심사 및 처분,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심사 및 처분), 과기정통부 장관의 인·허가 등 최종 처분 등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공정위와 과기정통부의 전문 판단을 거쳐 정책 목적을 고려한 최적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순차적 심사는 심사기간 장기화, 결합기업 및 경쟁기업 예측가능성 저하 등을 초래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방송통신 융합과 시장구조 개편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뒤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이 예고돼 있다.

방송통신 혁신과 시장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이전과 다른 방송통신 기업결합 심사 절차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종전 방송통신 기업결합 심사 제도 문제점을 적시하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1〉순차적 절차를 병렬적 절차로

2016년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주식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등 기업결합에 대해 주식 인수 금지 및 합병 금지라는 전면 불허를 결정했다.

당시 옛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할 기회조차 차단당했다.

공정위 결정을 뒤집거나 재심사할 제도 장치는 전무했다. 앞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 과기정통부·방통위가 의견을 제시할 통로도 마땅치 않았다.

과기정통부(옛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당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심사에 개입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시장점유율 변화에 따른 결합기업 독과점 강화 등 경쟁 제한성만을 판단했다.

공정위 경쟁제한성 심사에 이은 과기정통부 장관 심사가 뒤따르는 현재 심사 절차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송통신 법률 전문가는 “정부조직법상 공정위는 과기정통부·방통위 상급기관이 아니다”라며 “기업결합 불허 결정권을 공정위가 독점하는 구조는 모순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종전 순차적 심사 절차를 아닌 병렬적 심사 절차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송통신 기업결합 심사가 공정위 판단에 종속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심사와 과기정통부 장관 심사가 병렬적으로 가능한 이유로는 결합을 추진하는 기업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와 과기정통부 장관에 인·허가서를 동시에 제출한다고 부연했다.

방송통신 기업결합 인·허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과기정통부 장관 판단이 공정위 결정에 의해 무력화되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병렬적 심사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심사 기준을 동시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즉 종전처럼 공정위 심사만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에 규정된 심사 기준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방송통신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정책 일관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경쟁제한성만 심사하는 경우 불완전한 심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 산업과 기술의 장기적 발전방향이나 인접 시장 발전 동향,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한 방안 등이 심사에 반영되도록 하는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병렬적 심사를 통해 경쟁제한성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기술·산업 발전 촉진 가능성, 미디어 다양성 확보 등 다양한 심사 기준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송통신 법률 전문가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 기업결합 심사 절차와 기준도 융합이 필요하다”며 “전면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유플러스·CJ헬로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기업결합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결합 심사 절차 개선을 고민할 시점이다.

방송통신시장 경쟁상황, 방송통신 사업자와 이용자 간 역학관계 변화를 감안해 기존 선례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지향적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등 규제기관 간 과감한 발상 전환, 그리고 협조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