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통신 M&A, 이후를 보자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정부가 민간기업에 인수합병(M&A)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겠습니까. 이 정도까지 신호를 보냈다면 기업이 알아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방송통신 기업이 정부의 인허가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아직까지 M&A에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고위공무원은 이같이 답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의 막이 올랐다. SK텔레콤과 KT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수차례 인허가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공직사회 언어로는 이미 인허가라는 방침은 결정났고, 세부 인가 조건 조율이 남았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변화된 정부 인식은 긍정적이지만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방송통신 기업의 M&A 인허가에 그칠 것이 아니다. 방송통신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활성화 정책을 마련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핵심은 규제 개혁이다. M&A 심사를 통해 방송통신 기업의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한편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허가 절차, 과도한 심사 기간 등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제도 전반을 돌아보고, 개선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점유율 사전 규제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영업 활동을 가로막는다. 글로벌 사례를 볼 때 기업 자율성은 강화하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후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M&A로 인해 지역채널의 경쟁력과 공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유료방송 광역화 등 변화된 시장의 흐름에 맞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방송통신 시장은 소수 기업이 정부 면허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정부 차원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전략 목표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 영역이다. 당면한 M&A 인허가 처리를 넘어 방송통신 시장 전반에 걸친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