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규제 샌드박스 시행 두 달…정부 규제개혁 속도

#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지 두 달이 지나면서 규제혁신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심의회를 열어 총 15건을 처리했다. 신속확인과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 기존에 정부가 계획했던 규제완화 방안 외에도 관계부처 유권해석과 복합인증제를 활용해 정식 허가를 부여하는 등 규제 개선 폭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한적 규제완화 정책으로 오히려 업계 사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 시행 두 달 만에 9건 심의…규제 대응 방식 다양화

산업부는 지난 1월 17일 산업융합촉진법 발효와 함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융합촉진법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2월 11일에 제1차 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 4건을 승인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규제 샌드박스 2호 사업 5건을 승인했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시행한지 42일 만에 규제 샌드박스 안건 9건을 심의·의결했다.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신산업과 융합제품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본격 준비했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새 융합 제품·서비스가 규제에 가로막혀 출시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제품·서비스 출시를 돕는 조항을 담았다. 기업이 개발한 새 제품·서비스 허가 기준·요건을 30일 이내에 확인하는 '규제 신속확인', 새 제품·서비스 안전성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안에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실증특례', 새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빠르게 출시하도록 돕는 '임시허가'가 골자다.

산업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 산업융합촉진법에서 규정한 방식 외에도 대상 품목과 사업 허용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1차 규제특례심의회에서는 산업융합촉진법을 바탕으로 한 △규제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허용했다. 2차 규제특례심의회에서는 유관 기관과 협조해 법 해석 외에도 정식허가를 부여하기도 했다. 엔에프의 중앙집중식 산소발생 시스템에 대해 식약처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인증으로 정식허가를 부여한 것이 대표 예다. 이 외 한국전력 에너지마켓플레이스와 정랩코스메틱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화장품에 대해서는 각각 유권해석을 통한 사업진행을 허용하고 신청 사안이 규제가 없다고 확인해 주는 등 새 해결책을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체에서 규제 신청이 들어오지만 실제 규제에 해당되는 지 관련법을 유관기관과 함께 검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산업융합촉진법 외에도) 다양한 사업 허용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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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ICT 혁신 위한 규제 완화 초점…대안도 제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는 현재 신속처리·임시허가·실증특례 건을 모두 포함해 40건이 신청됐다. 초반 문의 폭주에 과기정통부는 전국을 돌며 '찾아가는 ICT 정책 및 사업설명회'를 열어 참여방법과 의결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1차 심의위원회에서는 3개 안건 가운데 2건에 대해 임시허가·실증특례를 부여했으며 지난 6일 2차 위원회에서는 5개 안건 중 4건에 임시허가·실증특례 부여를 의결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개발 속도가 빠른 ICT 분야 혁신에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특히 사용자 대상 서비스와 연관이 높아 국민 편의 또한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T와 카카오가 행정·공공기관이 우편으로 발송하던 각종 고지서를 모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에 대해 임시허가 받은 것이 대표 사례다. 또 실증특례를 받은 휴이노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심장 질환 관리를 통해 애플워치4보다 먼저 탄생된 심전도 측정 기술이 빛을 발하게 됐다.

위원회는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부여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규제를 개선하기도 했다. 올리브헬스케어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참여자·기관간 연결 서비스의 경우, 실증특례 대신 식약처를 통해 전 임상시험실시기관에 온라인으로 참여자 모집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문서로 공지하는 대안을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4월 중 제3차 심의위원회를 개최, 추가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다양한 기업이 신청하고 있고 그 결과 또한 나오고 있어 문의가 더 많아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많은 혁신 기술이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오는 4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중기벤처기업부도 관련법을 실행한다.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과 중기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이 각각 4월 1일과 17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를 직접 관할하는 금융위원회가 규제 혁신에 나서면 관련 업계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