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리얼타임 렌더링' 기술, 영상·건축·자동차 산업 경쟁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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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민 에픽게임즈코리아 본부장
<권혁민 에픽게임즈코리아 본부장>

게임엔진은 본래 게임 개발을 목적으로 한 소프트웨어(SW)다. 그러나 고품질의 3D 그래픽 콘텐츠를 빠르게 그려 낼 수 있는 '리얼타임 렌더링'이라는 본래 성격 덕에 영상, 건축, 자동차, 제품 디자인 등 기존 '프리렌더링(오프라인 렌더링)'으로 작업하던 분야를 혁신시켜 줄 기술로 떠올랐다.

해외 건축 디자인 및 시각화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CG아키텍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보다는 오프라인 렌더링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리얼타임 렌더링이 앞으로 건축 디자인 및 시각화 작업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 가운데 41%가 리얼타임 렌더링 도입을 위해 언리얼 엔진을 시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 엔진을 시험하고 있다는 답변도 다수 나왔다. 절반 이상의 해외 전문가들이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레스트 컨설팅이 발표한 '실시간 렌더링 솔루션-즉각 파급력'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트렌드가 더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제조 및 건축 분야 기업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2019년에 리얼타임 렌더링을 시도해 볼 계획이며, 59%는 현장에 실제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리얼타임 렌더링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접목이 화두로 떠올라 일부 발빠른 업체들이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 도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외 업체들의 적극 수용 속도에 비하면 여전히 더디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시장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VR와 AR 분야 콘텐츠 제작에서 사용자 움직임에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하며 렌더링이 이뤄지는 리얼타임 렌더링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하드웨어(HW) 보급 등 다른 여건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분야인 만큼 시장 수요가 확실치 않은 새로운 투자가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 도입은 새로운 유형의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위한 필수 기술이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업 생산성을 높여 줄 수 있는 혁신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로도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몇 시간에서 며칠에 이르는 작업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수반된다. 이에 반해 게임엔진의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은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오프라인 렌더링과 대등한 퀄리티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빠른 작업 속도와 높아진 생산성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창의성이 더 가미된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작업 과정에서 바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간과 비용상 여유를 제공한다.

특히 건축이나 자동차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이 선택 단계에서 VR, AR, 혼합현실(MR) 등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미리 체험하는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 기술은 스틸샷 이미지로만 구성되던 건축 도면을 발전시켜서 고객이 건물 외부와 내부를 직접 360도 시야로 둘러볼 수 있는 VR 콘텐츠로 제공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차량의 색상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제 실내 내부를 둘러보고 내가 고른 차량의 실제 야외 환경 모습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다수 전문가가 인공지능(AI) 데이터,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등을 시각화할 방법으로 리얼타임 렌더링을 꼽고 있다. 데이터 처리 후 곧바로 C++ 및 블루프린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 디자인 업체들이 선보이는 매력 넘치는 몰입 콘텐츠를 체험한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평균 눈높이가 높아진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할 시점은 이미 지난 것과 같다. 국내 업체들이 맞춰 줄 수 없다면 고객은 자기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을 이미 공급하고 있는 해외 업체로 발길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권혁민 에픽게임즈코리아 본부장 hyeokmin.kwon@epicga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