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장비, 수출이 탈출구다

올해 반도체 장비업계 최대 화두는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느냐'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설비 투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다. 이들 투자 향방에 따라 업체 매출도 급격히 휘청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 반도체 팹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장비 업체들이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장비업계가 언제까지 두 업체의 신규 투자에만 '올인'할 것이냐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판로를 다각화해서 매출 위기 요인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다.

장비 기업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하나 둘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의 수출 실적도 증가 추세에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장비 수출액은 1억1364만달러였지만 올해는 두 배 이상 증가한 2억4501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의 수출액 가운데 가장 높다. 대만, 미주, 일본 등 수출 지역을 다각화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긍정 신호도 있지만 국내 중소 장비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본격 나서기는 자력으로 어렵다. 기존 공급망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리 없고, 꾸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침이 있었다. 장비 연구개발(R&D) 사업비가 포함된 정부의 올해 반도체 분야 R&D 사업비는 456억원으로, 지난해 예산 344억원보다 33% 올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2011년도 예산 규모가 796억원이었지만 그때에 비해 장비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 규제 최소화 작업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술 유출 우려 등 딜레마를 지혜롭게 해결, 이들 기업의 수출에 걸림돌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 핵심 주력 산업이지만 '반도체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육성과 함께 장비업계 세계화도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내 업체들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