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국제사회 설득 방향을 북한으로 돌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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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 '빈손' 회담으로 끝난 것에 대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하노이 회담으로 불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와 대북 제재 해제라는 빅딜이 이뤄지길 바랐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이 공동으로 번영의 길로 가길 바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회담은 깨졌다.

김 위원장이 북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더 보이지 않는 한 북·미 회담은 당분간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담 결렬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대북 제재 해제라는 빅딜을 원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부분 완화라는 스몰딜을 원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영변 카드로 제재 완화를 시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α(플러스알파) 카드'로 대응했다. 북한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영변 카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북한이 내세운 영변 카드는 영변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숨기고 있다고 파악하고 제3의 장소를 거론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영변과 관련해 정확히 어디에, 무슨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것인지 북한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변은 가로 세로 각 5㎞에 이르는 지역이다. 300여개 핵 관련 시설이 있는 만큼 영변 핵시설의 어디 어느 시설을 내놓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만 전부 폐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여기서 'α'는 강선, 박천, 분강으로 알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영변보다 핵 개발 능력이 두 배 되는 강선이 있다고 하는 한편 그 외에도 박천과 분강 등을 지목했다.

이 사실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청와대가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력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가 북한의 모든 비밀 핵 시설을 파악하고 있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었기를 바란다.

이를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북핵 환상을 심어 줄 것이 아니라 영변 외 비밀 핵 시설에 대한 북핵 폐기의 구체화된 실효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요구인 제재 완화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미국 및 유엔의 제재 완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이 제시한 포괄적 비핵화 없이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제재 완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요구로 여겨진다.

문제는 진정으로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볼턴 카드는 미국이 제재 완화라는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는 요구 조건이었다. 회담 결렬 카드라기보다는 진지한 비핵화를 위한 카드라고 봐야 할 것이다.

2차 회담이 빈손으로 끝났지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확인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김 위원장은 핵 개발과 경제 발전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경제 발전을 택할 경우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를 폐기하는 로드맵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독자 제재 대북 결의안 핵심 조항 대부분에 저촉된다. 개성공단은 북한 섬유 수출과 대북 합작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위배된다.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이 현금으로 지급되면 대북 대량 현금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소지도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대량 현금 이전 금지 조항 저촉 소지가 있다.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금한 대북 제재 조항 등 걸림돌이 많다. 미국,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는 현실상 어렵다.

하노이 회담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통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중재 역할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재 역할은 북한에 미국, EU 등 국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핵 폐기를 설득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문 대통령은 우선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미국 입장을 충분히 확인하고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이후 남북 회담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국제 사회를 향한 설득 방향을 북한으로 돌려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wonyoochu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