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인간사냥꾼이 놓은 덫 '트랩'

[사이언스 인 미디어]인간사냥꾼이 놓은 덫 '트랩'

덫을 놓고 사냥을 시작한다. 사냥감을 몰아가는 데 대상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팀을 이룬 사냥꾼 무리가 조여온다. 총과 칼로 무장하고 있지만 단번에 죽이지 않는다. 관람객이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범죄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쾌락을 느낀다.

OCN 드라마 '트랩'은 인간 사냥을 즐기는 살인마를 다뤘다. 조직적 인간 사냥이 이뤄지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사냥감이 된 건 유명 언론인 강우현(이서진 분)이다.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들린 카페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카페는 사냥감을 유인하는 '헌팅 그라운드'였다. 아들에 이어 아내가 없어지자 강우현은 혼란에 빠진다. 카페 주인은 가족을 찾는 강우현에게 혼자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절대악은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로 그려진다. 살인 등 사회적 규범을 어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기적 행동을 일삼는다. 범행을 정당화, 합리화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명확히 구분하는 건 어렵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요인으로, 소시오패스는 후천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지만 소시오패스에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통제력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게 소시오패스로 꼽힌다. 사이코패스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반면, 소시오패스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해 계획적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으며 조작까지 한다는 평가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사건 피의자인 조성호가 범행 이후 흔들림 없이 일상생활을 했던 게 대표적 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에 결여된 건 공감능력이다. 다른 이들에 큰 관심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악마라도 자기 아들을 어떻게 죽였냐”라는 질문에 “내 핏줄이 아니니까. 남의 자식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해”라고 답변하는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드라마에서는 감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우는 다소 황당한 장면도 등장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일반인과 섞여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익힌다는 얘기다. 살인을 숨기기 위해 배웠던 감정을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공감능력 결여에 유전적 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 신희섭 단장팀은 생쥐 대상 관찰 공포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규명해냈다. 생쥐 18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공포감이 없는 생쥐가 있었고, 이들의 특정 유전자(Nrxn3)를 변이하자 공감능력이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

그럼에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정신적 질환 원인을 규명하고 확실한 치료법을 발견하진 못한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발생 요인과 관련해 생물학적, 사회학적 등 복합적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사회화 과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