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현대차, 엘리엇에 표대결 '완승'…정의선 수석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모든 안건에 대한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현대차의 모든 제안에 대해 손을 들어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현대차(회장 정몽구)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을 이사회가 제시한 원안대로 의결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은 서면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을 포함해 1만7117명이 출석했다. 참석한 주식수는 1억6772만1695주로, 이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 대비 82.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보통결의사항 뿐만 아니라 특별 결의사항 요건까지 갖추고 진행됐다.

엘리엇은 주요 안건 상정에 앞서 주주들에게 득표를 호소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현대차의 모든 제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사실상 '완패'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배당,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경영위기 우려, 이해상충, 기술유출 등에 대해 우려했다.

엘리엇 법률 대리를 맡은 KL파트너스의 정두리 변호사는 “지난해 5월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이 철회된 이후 주주권리를 지키고, 저조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왔다”면서 “엘리엇은 한국에서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동료 주주여러분과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위원들이 의안 투표 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위원들이 의안 투표 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하지만 엘리엇은 주요 안건 표결에서 '완패'했다. 우선 '기말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서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보통주 한 주당 3000원 현금배당 한다는 제안이 86%의 찬성을 얻으면서 의결됐다. 반면 보통주 한 주당 2만1967원 현금배당을 요구한 엘리엇 제안은 찬성률 13.6%로 부결됐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표결에서도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표결에 따르면 윤치원 부회장은 90.6%(의결권 주식 총 수 대비 73.4%), 유진오 82.5%(의결권 주식 총 수 대비 66.8%), 이상승 77.3%(의결권 주식 총 수 대비 62.6%) 등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반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신임 사회이사 후보로 추천한 존 류 베이징사범대 투자위원회 의장과 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은 부결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가 되면서, 1999년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쥐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한 지 20년 만에 아들에게 실권을 넘겨주게 됐다.

현대차는 향후 이사회를 열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