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아마존과 이베이...e커머스 동갑내기의 엇갈린 행보

아마존(amazon)과 이베이(ebay)는 지난 1995년 미국 소비 시장에서 각각 온라인 서점과 오픈마켓으로 등장했다. 올해로 25살이 된 동갑내기 두 업체는 그동안 다양한 사업 전략을 선보이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축으로 안착했다.

이베이는 개인간거래(C2C)를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유통 시장에 안착시킨 선도기업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면서 가장 친숙한 e커머스 업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베이는 십수년째 '2위' 간판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이 다양한 업종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독자적 물류 전략으로 난공불락의 세계 최대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을 거머쥐다

아마존은 지난해 총 매출 2329억달러(약 263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1770억달러(약 200조원)과 비교해 31%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창업 첫 해 매출이 51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455만배나 치솟았다. 2018년 영업이익은 124억달러다. 전년 41억달러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아마존은 2017년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3% 점유율을 차지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낸 작년에는 45% 수준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 사업 시작 20년만에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로부터 불과 3년만에 그 두 배에 달하는 매출 기록을 세웠다. 세계 각국으로 급격히 확산된 e커머스 산업과 아마존의 사업 확대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음반, 가전, 생활용품 등으로 취급상품을 다양화했다. 전자상거래로 다진 기반 위에 커머스, 모바일,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사세를 확장했다.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2011년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정보기술(IT)기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도 진입했다. 2014년에는 AI 솔루션 '알렉사(Alexa)'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외 유통가는 아마존이 e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물류'를 꼽는다. 상품과 가격에 집중됐던 상거래 패러다임에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배송 단계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채널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현재 세계 각국 e커머스 시장이 이른바 '라스트마일' 경쟁을 벌이게 된 시발점이다.

아마존은 이른바 '풀필먼트(Fulfilment)'로 대표되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판매 상품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체계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물류센터는 단순한 배송품 집하소·터미널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적 판매 허브로 활용된다. 신속한 배송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직매입 상품 적재 및 판매, 3자 공간 대여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150개 이상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용한다.

아마존은 이 같은 물류경쟁력을 발판으로 e커머스 시장에 처음으로 '유료멤버십' 개념을 도입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한 고객에게 일반 소비자 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베이코리아,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선보인 유료멤버십의 모태다.

아마존의 유료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은 연 99달러(약 11만원)에 주문 후 2일 내 무료배송, 무료 음악 스트리밍 및 내려받기, 무료 프라임 비디오 등 혜택을 제공한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객단가는 일반 고객 대비 2배 이상 높다. 만족도 높은 배송과 부과 서비스가 매출 상승을 촉발한 셈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시작 13년만에 글로벌 회원 1억명을 돌파했다”면서 “2017년 한 해 프라임 회원에서 배송한 제품은 50억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e커머스는 물론 오프라인 기반 전통 유통시장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2007년 프리미엄 회원을 대상으로 식료품 배달 프로그램 '아마존 프레시'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을 온라인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2016년에는 지능형 무인매장 '아마존 고'를 구축했다. 이듬해에는 137억달러(약 15조원)에 식료품 업체 홀푸드를 인수했다.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배송해야 하는 식료품을 온라인에서만 취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홀푸드는 미국 전역에 400여개 매장을 보유했다. 아마존 프레시와 생필품 2시간 배송 서비스 '프라임나우'와 결합하면 식료품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매장에서 직접 소비자 가정으로 식료품을 배송하는 물류 서비스도 가능하다. 홀푸드가 아마존의 식료품 풀필먼트 물류센터로 활용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물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 e커머스 업체가 아마존의 물류 전략을 벤치마크해 오프라인 거점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마켓 시조 이베이, 헤지펀드 압박까지

이베이는 지난 1995년 C2C 온라인쇼핑으로 출발했다.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가 설립한 '옥션 웹(AuctionWeb)'이 모태다. 2년 후인 1997년 현재의 '이베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첫 취급 품목이었던 레이저 포인터가 14.83달러에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술, 담배 등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유형 상품과 각종 전자쿠폰, 타켓 등 무형상품, 심지어는 전투기까지 판매상품으로 등록되는 세계 최대 오픈마켓으로 성장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장터 역할을 수행한다. 판매자가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거래 성사 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이베이는 2억명 규모 판매자와 10억개를 웃도는 거래 품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핵심 수익모델로 삼는 한편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1998년 P2P 거래 사이트 'Up4Scale' 인수를 시작으로 △2000년 중고거래 판매 사이트 'Half. com' △2002년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2005년 온라인 리스트 사이트 'Gumtree' △2006년 인터넷 전화 서비스 'Skype' △2007년 티켓사이트 'Stubhub' △2011년 전자상거래 솔루션 'Magento' △2016년 인공지능(AI) 분석 업체 'Expertmaker'를 차례로 품에 안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옥션(2001년)과 G마켓(2009년)을 각각 인수해 업계 1위로 자리를 굳혔다.

이베이는 지난해 107억달러(약 12조813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급락한 2013년(82억달러)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베이 매출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안팎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이베이를 조준하고 있다. 이베이가 오픈마켓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사업에 손을 뻗친 탓에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사업에 집중해 시급히 수익을 개선해야 한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1월 이베이에 서한을 보내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회사 전망과 투자 필요성에 알맞은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조직구조와 지출에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이베이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이베이는 지난 2015년 페이팔 분사를 단행했다. 설립 당시부터 지속하고 있는 오픈마켓 사업에 한층 주력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엘리엇은 이번에 이베이를 대상으로 자회사 스텁허브와 광고사업 부문 크래시파이드 매각을 촉구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 스타보드밸류LP도 엘리엇과 비슷한 내용의 제안을 보냈다. 이베이 측은 “엘리엇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