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네이버, 20년 후 '글로벌 1위 인터넷 기업' 여정 시작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네이버가 '글로벌 1등'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넘버원' 포털로 성장한 데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유럽 시장을 개척, 최상위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록스연구소 인수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글로벌하게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한 대표는 “투자가 매출로 언제 이어질지 확답하기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은 (해외 사업 강화)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2015년 이후 프랑스를 거점으로 하여 유럽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반 구글 정서가 강한 지역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구글 등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공룡 정보기술(IT) 업체의 매출 3%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구글 견제 분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7년 제록스리서치유럽센터(XRCE)를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과 유럽 연구진 공동으로 인공지능(AI) 연구에 집중했다. 네이버랩스 유럽이 참여한 타임머신 프로젝트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유로 플래그십 사이언스 이니셔티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과시했다.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연중 상당 기간을 프랑스에 머물며 유럽 진출을 지휘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유상 증자로 네이버 프랑스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프랑스SAS'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유럽 스타트업 인수를 위한 밑거름이다.

네이버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현 코렐리아캐피털 사장)이 운용하는 유럽 스타트업 펀드 'K-펀드1'에도 1억유로(약 1285억원)를 출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럽 내 네트워크를 비롯해 유무형 자산이 쌓여 가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진출로 성공을 경험했다. 메신저 라인이 그것이다. 2011년에 출시된 라인은 일본 1위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라인과 협조하며 일본과 동남아 중심으로 의료, 캐피털, 블록체인, 콘텐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네이버는 1999년 창립 이후 국내 대표 포털로 급격히 몸집을 키웠지만 2010년 이후 성장세에 제동에 걸렸다. 좁은 내수 시장 한계에 구글 등 글로벌 업체까지 가세한 탓이다. 구글은 2015년 이후 유튜브 등을 내세워 동영상 시장을 크게 키웠다. 유튜브는 네이버 주력이던 검색·광고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 갔다.

네이버는 최근 조직 구조를 일신하고 있다. 독립을 전제로 한 사내기업(CIC)을 늘리고 책임 리더를 따로 지정하는 등 '책임과 보상'을 키워드로 한 개편에 착수했다. 네이버 직원 등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직 개편 이후 긴장감이 조성됐다.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주요 인재 637명에게 스톡옵션 83만7000주를 부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해당 스톡옵션은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지난달 27일 기준 주가보다 약 1.5배 오른 19만2000원을 열흘 연속 기록했을 때 행사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전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2년 뒤 행사 조건)을 부여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