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9>유사업종이 위치한 곳에 창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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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사한 업종끼리 모였을 때 누리게 되는 경제적 편익을 집적효과 내지 집적의 경제라 부른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가 집적의 경제로 인한 효과가 회사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과 고객에게도 유발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먼저 집적의 경제로 인한 이익은 근로자에게도 유발된다. 근로자가 특정 산업 분야가 집적된 곳에서 근무할 경우 이직하기 쉽기 때문이다. 산업 특성상 프로젝트 단위별로 사람을 채용하는 산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다. 2~3년에 걸쳐 수행해야 할 대규모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간 동안은 관련 전문가를 추가로 고용할 것이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회사가 다시 적정 고용 수준으로 조정할 근무하던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와 유사한 특성의 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집적된 장소에서 신규 일자리를 찾기가 쉬워진다. 집적된 장소에서는 해당 회사의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인근에서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가 즐비한 곳에서 근무하면 비슷한 신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다른 회사의 정보 등을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사 회사 관계자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산업이 집적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이직에 대한 정보와 이직의 기회를 보다 많이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유사한 업종 집적으로 인해 근로자가 유관 분야로 쉽게 이직할 수 있게 되면, 해당 근로자를 고용하는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

회사의 경우에는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존 회사의 내부 인력 가운데 프로젝트에 맞는 직원을 뽑아 충원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력을 찾아 채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필요 인력을 충원하면 해당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선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유발된다. 집적된 곳에 회사가 위치할 경우 해당 분야에 필요한 인재가 어디 있는지 인근 회사로부터 자문을 구하거나 추천을 받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인력 충원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물론 집적할 때 인재 채용 과정에서 유발되는 비용이 항상 낮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질 경우 주변의 비슷한 회사 간에 경쟁이 벌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당 인재에 대한 몸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회사는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집적 수준이 한층 높아져 인재 풀이 더욱 많아지거나 다른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또다른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슷한 업종이 모여 있을 때 이득을 보는 경제 주체 중 하나로 고객을 빼놓을 수 없다. 가게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을 경우, 여러 가게에서 상품을 비교하기 위해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이와 달리 유사한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가 몰려 있으면, 굳이 발품을 많이 팔지 않고서도 편하게 여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전자제품을 사려고 할 때는 용산전자상가로, 의류를 사려고 할 때는 동대문의류상가로 향하는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