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쇼(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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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된 소모적 논쟁이 상당 부분 잦아들었고,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초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며 언급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동안 총 29%라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반발했다.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맞춰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결정 체계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동 편향 정책을 펼쳐 온 정부가 소상공인 등 경영계 반발이 거세어지자 '객관성과 경제 현실을 적절히 감안하겠다'며 달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두 달 뒤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때 경영계가 원한 최저임금 결정 요인인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시켰다. 노동계 반발이 심해지자 이 항목을 뺀 정부안을 국회로 넘겼다.

국회에서는 기업 지불능력 포함 여부 검토 등을 이유로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새 결정 체계가 적용되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노동 편향 정책을 펴던 정부가 경영계를 달래려는 뉘앙스로 개편을 예고하고는 또다시 노동계 의견을 수렴,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했다. 결국 국회에서 여야 간 공방만 벌이게 됐을 뿐 최저임금은 예전대로 결정할 가능성이 짙다.

고용부가 1월에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월 안에 입법화가 어렵다는 것을 몰랐을까.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면 국회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신속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알면서도 경영계의 어려움을 헤아려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한 편의 '쇼'를 연출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