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 4년만에 '부활'…정부, 곧 발표

2015년 이후 중단된 정부의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육성 전략이 부활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 의지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계획을 구체화해서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4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발표 시기는 다음 달 초가 유력하다.

비메모리는 D램,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로직, 마이크로, 아날로그, 센서 등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속한다.

지난해 전 세계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3100억달러로 메모리 시장(1600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60%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비메모리 시장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메모리 편중' 현상 극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출현에 맞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시급히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가 마련하고 있는 육성 전략은 비메모리 가운데에서도 시스템반도체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8년에 시작됐다가 2015년 이후 중단된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998년과 2011년에 각각 '시스템IC 2010' '시스템IC 2015'를 추진했다. 사업은 2015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와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칭 '시스템IC 2025' 사업이 추진되면 국가 차원에서 시작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이 4년 만에 재가동하는 것이다.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가 재정비되는 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메모리 육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가진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의 진출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대화를 나눈 문 대통령은 이튿날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반도체 투자와 공장 증설도 계속될 거라고 한다”며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반도체 산업을 챙길 것을 지시했다. 이달 19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신속한 준비'를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언급했고, 신속한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면서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