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 본격 돌입…“지배구조 개편·미래차 전략 힘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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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공유경제, 인공지능(AI) 등 미래분야 투자를 강화해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지난 22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정 수석부회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정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현대모비스는 정 회장,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4년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한 지 25년 만에 대표이사가 됐다. 현대차의 경우 1999년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첫 발을 뗀 이후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것이다. 반면 정 회장은 20년 만에 1999년 3월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한 지 20년 만에 아들에게 실권을 넘겨주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2005~2009년 기아차 대표이사(사장)으로 재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하게 돼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이번 주주총회, 이사회를 거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까지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지만, 엘리엇 등 외국계 자본의 반대에 부딪혀 개편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에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실상 경영권에 대한 승계를 받은 만큼 '책임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면서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이후 현대차그룹의 발전 방향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정했다. 이를 위해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등에 약 45조원을 투자해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R&D와 경상 투자 등에 약 30조6000억원, 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약 14조7000억원 등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과 사외이사로 선임된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글로벌 컨퍼런스 형태로 이사회를 진행했다. (제공=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과 사외이사로 선임된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글로벌 컨퍼런스 형태로 이사회를 진행했다. (제공=현대모비스)>

또 모든 타입 전동화 모델을 개발해 올해 22개 모델에서 2025년 44개 모델로 확대하고, 연간 167만대 판매로 '클린 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화한다. 특히 수소전기차(FCEV)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대중화를 선도하고 다양한 산업에 융합해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목표로 글로벌 선도업체와의 제휴를 활발하게 추진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오픈이노베이션'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미래기술부문을 책임지는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이 밖에도 KT, 네이버 등에서 5G, AI 등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외부 개방을 강화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