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균형발전의 책임

[기자수첩]균형발전의 책임

“지방자치단체를 줄세우는 중앙 주도의 지역 발전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균형 발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사업 핵심인 기획·예산·평가 권한을 지자체가 행사해야 한다.” 국가 균형 발전 관련 토론회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역 발전 선도 기구로 지자체마다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했다. 정부는 지역 혁신도시 중심의 '국가혁신클러스터사업', 지역 포괄 지원에 중점을 둔 '계획계약제도' 등 몇몇 정책과 사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지역의 균형 발전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역 산·학·연·관은 '정권이 바뀌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이름만 다른 비슷비슷한 정책과 사업을 반복한다'고 비판한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다.

지자체, 지역산업 지원기관, 지역 대학에서 활동하는 균형 발전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권한 이양'을 균형 발전의 토대이자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등 그동안 중앙 부처가 행사해 온 지역산업 정책 수립, 예산 배분, 사업 주도, 사업 평가 등 지역 발전 정책과 사업에 관한 핵심 권한 및 책임을 대폭 지역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균형발전특별법이 만들어진 참여정부 시절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이를 반영해 역대 정부마다 지역 자율성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효율성 제고를 내세워 중앙 부처 소관의 지역 지원 기관을 통합하는 '지역혁신 거버넌스' 재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해당 부처의 공고한 존치 논리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기조는 '지역주도 자립성장'이다. 지역이 주도하려면 권한이 뒷받침돼야 한다. 권한 이양은 권한을 쥔 자가 이를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중앙 부처의 권한 이양이 전제되지 않은 지역 주도 균형 발전은 허울뿐인 구호다.

지역 주도 국가균형발전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지자체와 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은 묻는다. 국가균형발전은 지역 정책인가 국가 정책인가.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