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58>해일을 넘어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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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딥. 경제 불황 이후 짧은 기간을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경제는 1980년 후반에 침체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1981년 금리 인상 후 경기는 다시 하강하고 1982년 11월까지 두 번째 불황을 겪는다. 그래서 더블 딥은 더블유(W)자형 불황이라고도 불린다.

기업은 성장을 원한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7년 불황이 27개월째로 들어서자 기업에는 패닉이 찾아든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뭔가를 해야만 했다. 곧 회복될 거라면 투자를 해야겠지만 더블 딥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럴 수도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란제이 굴라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두 사람은 불황 속에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결과는 어땠는지 분석해 보기로 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17%는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합병됐다. 40%는 불황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때까지 그 전 매출과 수익을 회복하지 못했다. 단지 9%만이 불황 시작 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터널 끝을 나선 극소수이었다.

CEO의 선택은 대개 둘 가운데 하나였다. 첫째는 '방어 본능'이다. 하방 위험과 파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 2008년 말 소니는 직원 1만6000명을 감원했고, 슬로바키아에 짓기로 한 액정표시장치(LCD) 공장마저 취소했다. 둘째는 '공격형'이다. 휴렛팩커드는 불황이 한참이던 2000년에 컴팩을 250억달러에 사들인다. 연구개발(R&D)은 9% 늘리고 2억달러짜리 브랜드 캠페인, 거기다 10억달러를 들여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한다.

물론 다른 선택을 한 CEO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엔 방어와 공격에 최적 조합을 찾아려 한 이른바 실용형 또는 진화형 CEO도 있었다.

4700개 기업을 분석한 후 두 교수는 실용형과 진화형 CEO들의 손을 들어 준다. 불황 전보다 나은 모습으로 터널을 빠져나온 기업 비중을 보니 실용형과 진화형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방어본능을 작동시켰거나 공격형으로 나선 기업들이 모두 실패한 것도 아니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두 교수는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너무 과하게 방어하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필요가 없다. 둘째 가장 나은 실적은 방어와 공격을 적절히 섞은 기업들에서 나왔다. 물론 확률로 볼 때다. 셋째 방어 전략을 선택해야 해도 감원은 대개 결과가 좋지 못했다. 감원보다는 운영비용을 줄이고 효율화가 효과가 있었다. 넷째 공격 전략은 그 자체보다 적절한 방어 전략과 섞어야 효과가 났다. 다섯째 신시장 투자는 계속할 필요가 있다. R&D과 마케팅은 터널을 빠져나올 즈음 효과가 났다.

두 교수는 21%, 26%, 29%, 36%의 순으로 방어와 공격 일변도보다 실용형 전략과 진화형 전략이 더 낫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극히 통계학 같은 이것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 통계학 같다는 건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는 얘기의 다른 말이다.

그래서 두 교수는 기업 나름의 방식이 있을 거라는 단서를 우리에게 남겨둔다. 실용형과 진화형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둔 것은 단지 이 전략을 택해서가 아니다. 최적의 답을 찾으려 고민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성공 경영 확률이란 이렇게 높여 가는 것 아니던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