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고령자 생활습관에 IT 적용 의료비 줄이자

권은경 디엔엑스 대표.
권은경 디엔엑스 대표.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을 앓는 동안을 제외한 기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대수명은 82.36세였으며, 이에 반해 건강수명은 64.9세였다. 약 17년 동안 병고를 겪는다는 뜻이다. 2016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진료비 지출액은 약 24조원이다. 건강보험상 전체 진료비의 38%다. 금액 면에서 2015년에 비해 15% 증가한 수치다. 이는 개인 고통만이 아니라 사회 비용 증가를 가져온다.

2017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연간 급여 이용 수급자는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노인 인구보다 신청자 및 인정자 증가율이 더 높아 노인 인구 대비 인정률은 5년 전 6.1%에서 2017년 8%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어르신을 위한 노인돌봄 및 응급안전알림서비스에 약 2000억원의 예산이 할당됐다. 노인복지정책 적극 운영과 실질 체감 효과는 바람직하지만 지속해서 늘어나는 예산 부담의 효율 높은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미국 의사 마이클 그레거는 생활습관의학 전문가다. 질병의 근본 원인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기본소득의 건강수당 방안 모색 포럼'에서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건강실천수당 관련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습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몸이 약해지고 진료비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IoT) 융합으로 자동화된다. 환자 및 의료 소비자의 행태 추적과 데이터 기반 상황 인지 기술을 활용한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생활습관병 관리 수첩 전자화'가 있다. 일본은 생활습관병 관리에 필요한 40여개 데이터 항목을 관련 학회가 규정하고 있어 이를 핵심 데이터로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항목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수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인체통신 기술을 이용하면 집안 내 각종 사물과 가구에 저렴하고 간편하게 태그를 부착할 수 있다. 수집기에 해당하는 운동밴드를 착용한 노인은 무의식으로 평소대로 생활하면 된다. 이때 접촉한 공간과 사물에 대한 행동 상황 정보가 자동 수집된다. 투약, 식사, 용변, 외출, 취침과 같은 건강관련 정보와 운동량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보호자와 노인에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이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의 작은 변화를 자동 감지, 질병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하게 해 준다.

실제로 효과 높은 노인 돌봄과 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보기술(IT) 연구 및 실증용 정부 과제가 쏟아진다. 그러나 첨단 기술로 나열된 세련된 보고서에 현혹되지 말고 예산 현실성과 대중 보급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생활습관, 건강실천수당과 같이 질병 예방을 위한 과제는 무엇보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되려면 일정 기간 건강한 규칙 생활 습관 관리를 해 왔음을 증명하는 자동문진표 제출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노인질환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만 수급자가 된다. 결국 건강을 오래 유지하면서 천천히 수급자가 되도록 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는 흐르는 물을 닦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은 원리다. IT로 인해 노인 의료비 지출과 복지 정책에 혁신 효과를 가져 오면서 그 성과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서 국가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권은경 디엔엑스 대표 ekkwon@dnx.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