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혁신' 담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성공하려면?…중장기 추진체계와 대형 과제 확대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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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미스트(Alchemist)'는 우리말로 연금술사다. 그리스 시대 연금술사들은 철을 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움직였다. 비록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황산·질산 등을 발견해 현대 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이 같은 사례에 착안했다. 산업계에서 꼽는 난제를 해결할만한 고난도 기술을 개발할 것을 목표로 뒀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사회·경제적 파급성이 매우 초고난도 과제가 지원 대상이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같이 기존에 세상에 없던 기술로 시장을 완전히 바꾸거나 고출력이 가능한 리튬이온전지 기반 '전기차' 같이 기존 한계를 뛰어넘은 기술을 지원한다.

기존 산업기술 R&D는 단기 성과 창출을 위한 중소 규모 사업이 많았다. 개발단계 위주로 지원을 이어가 근본적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초·응용 단계 기술투자는 부족했다.

실제 2017년 산업부 R&D는 과제당 평균 개발기간 3.1년에 연간 평균지원규모 5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산업부 연구개발 단계별 투자 비중은 기초 10.7%, 응용 18.5%, 개발 70.7%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이 같은 연구개발(R&D) 틀을 과감히 탈피했다. 토너먼트형 R&D를 도입한 것이 대표 예다. 3곳 내외 기관과 기업이 경쟁적으로 선행연구를 시행하지만 본연구에는 1곳만 참여할 수 있다. 선행연구시 복수 방법론이 설득력이 있을 경우 본연구도 경쟁형으로 지원한다. 창의적 방법론으로 혁신 연구 풍토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난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는 민간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산업계에서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도출한다. 도출된 난제는 세부기획서 없이 개념정의서만 제시하면 된다. 최대한 다양한 방법론이 과제 선정 단계에서부터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는 목표다.

미국과 일본 등은 초고난도 혁신 기술을 지원하기 R&D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 국방성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초고난도 과제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너먼트 R&D 방식을 도입했다. 일본 정부도 혁신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문샷(moonshot)형 기술개발 연구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성공 정착하면 향후 산업기술 R&D 전반에 고난도 및 도전적 R&D 사업이 확산되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제 성공률은 높지만 사장되는 기술이 많은 기존 정부 R&D 단점을 없애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시도가 이번 시범과제에 이어 본사업으로 확대돼야 제대로 된 정책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산·학·연을 망라한 연구개발계의 총체적 노력과 함께 흔들림 없는 중장기 추진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 과제당 200~300억원 규모로 지원하고 토너먼트 R&D 방식도 큰 과제에서는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며 “일본에서도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대담한 발상을 위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