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이르면 내달 초 결정..녹지 “한중FTA 보호 위반”

지난해 12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역 주민과 녹지국제병원 개설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자료: 제주도)
지난해 12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역 주민과 녹지국제병원 개설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자료: 제주도)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여부가 이르면 내달 결정된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병원 개원 지연으로 인해 의료법상 병원 개설 취소 사유 발생함에 따라 도의 청문주재자(오재영 변호사)가 이날 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와 처분 부서인 도 입장을 듣는 청문을 했다.

도에서는 변호인과 관련 공무원 등 5명이 나와 지난해 12월 개설허가 이후 녹지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지연하는 등 의료법상의 병원 취소 사유를 전달했다.

녹지제주 측은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태평양) 등 5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이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허가 처분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중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녹지가 손실보상을 받아야한다고 반론했다.

한·중 FTA 제12장 5조에는 투자유치국의 변경된 정책이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적시돼 있다.

녹지제주 측 법률 대리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의견서에서 “녹지병원 투자는 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요에 따라 추진됐고 도와 정부가 수년간 녹지병원 운영의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 측에 따르면 2013∼2014년 JDC는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 2단계 개발사업에 의료시설 개설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1년 7개월 이상 미뤘다는 것이다.

녹지제주 측 법률 대리인은 “녹지그룹은 이전에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이 없던 데다가 애초부터 의료기관 개설을 생각하지도 않았으나 당시 JDC가 워낙 강경하게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하면서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지연해 녹지 측이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JDC와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녹지제주는 “도와 JDC 요구에 따라 총 778억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당장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력확보를 완료했다”면서 “병원 개설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0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애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이에 대한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개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의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우리)은 “도의 조건부 허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설 허가 이후 이뤄진 의료법 위반 행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면서 “의료법상 병원 개원 허가 이후 3개월 이내 개원을 해야 하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 청문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개원 허가가 지연된 것은 관련 법률과 숙의민주주의 조례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개설허가가 이뤄졌고 대부분 영업 행위가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사에 맞춰 허가가 이뤄졌음에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개설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문주재자는 이날 양측의 입장을 듣는 청문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도에 보낼 계획이다. 법리 다툼이 길어지면 청문주재자가 청문 추가 실시를 결정할 수도 있다.

도는 청문주재자의 청문 결과 의견을 검토해 최종 개설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로 청문이 끝나면 내달 초에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다. 법리 다툼이 길어져 청문이 추가 실시되면 내달 말 최종 결론을 낼 수도 있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여부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도는 이날 청문을 관련 법에 따라 비공개로 실시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