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 베끼기 근절 없이 경쟁도 없다

5G 요금, 베끼기 근절 없이 경쟁도 없다
5G 요금, 베끼기 근절 없이 경쟁도 없다
5G 요금, 베끼기 근절 없이 경쟁도 없다

KT가 파격적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공개했지만 고질적 베끼기 관행이 재연됐다.

사업자 혁신 의욕을 고취하고 경쟁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이동통신 요금제에 일종의 '일시적 특허' 개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재차 고조되고 있다.

KT가 2일 월 8만원에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를 공개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하루 간격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 소진 이후 속도제한(QoS)을 가하는 경쟁사와 달리 KT가 속도제한을 없앤 보기 드문 파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쟁사가 곧바로 동일한 요금제를 출시해 불과 이틀 만에 마케팅 효과가 사라졌다.

요금제 베끼기 문제는 '혁신 의욕'을 꺾는다. 이통사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하는데 경쟁사가 곧바로 베끼면 차별화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파격 시도를 할 유인이 없어진다. 차별 요금제 설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게 가입자 유치에 효과적이라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이동통신 요금 규제는 요금제 베끼기 관행을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만 아니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신고만으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특정 이통사가 파격적 요금제를 내놓으면 다음 날 경쟁사가 베끼는 게 가능한 이유다.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데 정부가 막을 명분도 없다. 순서만 다를 뿐 요금제 베끼기는 수시로 되풀이되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요금제에 지식재산권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혁신성이 인정되는 요금제에 한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함으로써 베끼기 관행을 근절하자는 게 골자다. 오래 전부터 특정 요금제에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면 이통사 간 요금경쟁을 유발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사는 배타적 사용권을 활용,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2015년 정부가 보험 자율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상품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을 기존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자, 그전까지 연간 7~8건에 불과하던 배타적 사용권 인정 건이 33건으로 늘었다. 보험상품 배타성이 인정되자 독창적 상품 개발이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요금제 베끼기는 혁신적 시도를 좌절시킴으로써 결국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라면서 “경쟁 활성화로 이용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요금제 베끼기 관행을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