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퇴와 부동산

[기고]은퇴와 부동산

앞으로 내가 지닌 돈의 대부분은 물론 큰 빚을 지더라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재산 증식 수단으로 유용할까.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고령화,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인구 증가와 고성장기가 맞물려서 가격이 오르던 시대는 지났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반면에 서울 강남 등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1980년대 일본처럼 거품이 없고 담보비율도 낮으며 주택보급률도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예전 부동산 불패론에 비하면 확실히 후퇴한 느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고, 분명히 부동산 시장에는 큰 위협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여전히 중요하고, 매력 넘치는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다. 다만 40대 이후 형성하는 자산 대부분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자산 증식보다 미래 연금 수입 확보 수단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 타당하다.

은퇴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바라보면 의사결정도 부동산 가격의 미래 예측보다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기 쉬운지, 적더라도 정기 수입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부동산을 사는 것은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집을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나머지 돈을 생활비로 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얼어 있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동산은 물가 상승률을 상회할 정도로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 줬기 때문에 좋은 투자 대상이기는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현금 흐름이 원활해야 하지만 부동산에만 집중된 자산 구조로는 언제든 돈의 흐름이 막힐 위험이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노후 준비의 최대 목표였다. 노후 기간이 10~15년에 불과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목돈만 있으면 생활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30년 넘게 생활하는 것을 전제로 노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온전히 부동산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금융 자산과 적절히 균형을 맞추는 자산 관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은퇴를 앞둔 50~60대라면 부동산 비중을 50~60%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택의 경우 대도시 핵심 권역의 똘똘한 집 한 채 마련을 권한다. 젊은 인구 유입과 신규 공급 한계로 고령화 영향도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속칭 대박을 터뜨린 토지는 현금화가 어렵고, 과거처럼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 수혜를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높은 임대수익률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가도 상권 이동과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서 투자해야 한다. 물론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자금 여유가 충분하다면 토지와 상가에 투자할 수 있고, 상속까지 생각한다면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덩이임은 분명하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 때는 부동산을 은퇴 소득으로 전환하는 부동산 연금화를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연금화 방법에는 임대, 팔고 작은 집이나 전세로 옮기는 것, 주택연금 활용 등 세 가지가 있다. 임대의 경우 앞으로의 가격 상승 여부나 자녀에게로 이전 등 파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 활용할 수 있으며, 현금 흐름도 창출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임대료에 대한 연 2000만원까지 분리과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전세로 사는 것은 대출금 상환 후 남는 돈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집이 줄어드는데 따른 상실감과 살던 집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출시 이후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도입 당시 515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는 2012년 1만2299명, 2017년 4만9815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부 가운데 만 60세 이상이 1명이면 되고, 부부 기준으로 다주택자인 경우 합산금액이 9억원 이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4억원 주택을 종신지급 방식으로 가입할 경우 월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고, 배우자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동일한 금액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주택 가격보다 적게 수령하고, 사망했을 때는 그 차액만큼이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겨울은 가을에 준비해야 하고, 월동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식량과 추위를 막아 낼 수 있는 집 등 안정된 상태로 겨울을 지내는 것이다. 은퇴 준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명환 한화생명 경인FA센터 FA kmh1718@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