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대기업집단, 1년 새 투자 3.1조 감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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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투자 지출액이 1년 새 3조원 이상 감소했다. 삼성그룹 내 전자계열사가 투자를 조정한 영향이 컸다. 반면 SK와 LG,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년 대비 두 자리 수 투자증가율을 기록했다.

7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0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855개 기업 투자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이 실제 투자에 지출한 비용은 총 98조5365억원으로 전년 101조6379억원 보다 3조1014억원(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기업이 유형자산(설비, 부동산 등)과 무형자산(각종 재산권 등)을 취득하는데 들인 비용을 대상으로 했다.

대기업 투자가 줄어든 것은 삼성그룹이 10조원 가까이 관련 지출을 줄인 영향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사 46곳의 투자지출은 총 28조4718억원으로 전년 38조3403억원보다 9조8685억원(25.7%)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황 둔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 외에 투자를 줄인 그룹도 34곳에 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투자지출액은 전년대비 5512억원(6.9%) 감소했고 아모레퍼시픽 4347억원(54.3%), 한화 3984억원(19.5%), 에쓰오일 3764억원(15.5%), SM 3550억원(54.2%), 한진 3535억원(21%), 두산 2991억원(41.8%) 순으로 감소했다.

SK와 LG그룹은 투자를 조 단위로 늘리면서 대기업 투자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지난해 SK그룹사 투자액은 21조1763억원으로 전년(14조2625억원)보다 6조9138억원(48.5%)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충북 청주시 소재 낸드플래시 생산기지(M15)를 완공한 데 이어 연말 경기도 이천 소재 신규 D램 생산라인(M16) 착공에 들어간 영향이다.

LG그룹사 투자액은 1년 새 2조5921억원(22.7%) 증액됐다. LG화학이 공격적으로 해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투자했고,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설비확충에 집중했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가 전년보다 5조6837억원(62.8%)을 증액해 조사 대상 기업 855곳 중 1년 새 투자를 가장 많이 늘렸다. 이어 LG화학 1조414억원(65.8%), LG디스플레이 7177억원(13.5%), 삼성SDI 6108억원(164.6%), SK실트론 5226억원(341.6%) 순으로 늘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1년 새 투자를 6조91억원(66.6%) 줄여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도 투자비를 4조2169억원(15.9%) 감액했다. 이밖에 에쓰오일 3773억원(15.6%), 아모레퍼시픽 3681억원(52.3%) 등 23개 대기업이 1년 새 투자를 1000억원 이상 줄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