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로 '올스톱' 된 한진家 재판·수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소 앓아온 폐질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한진가(家)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수사와 재판이 잠정 중단 됐다.

지난해 7월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전자신문 DB)
지난해 7월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전자신문 DB)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 일정을 진행하던 서울남부지법은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으며 이에 따라 재판장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8일 밝혔다. 형사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사망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다.

조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0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챙기고, 자녀인 조현아·원태·현민이 보유하던 주식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았다.

또 약사가 아닌데도 약국을 운영한 혐의, 회삿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낸 혐의, 해외 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도 받았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총 270억원이었다.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조 회장을 피고인으로 한 재판 일정은 중단되지만, 함께 기소됐던 다른 피고인은 재판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당시 검찰은 조 회장과 함께 계열사 대표 원모씨와 약국장(약국 대표) 이모씨 등을 함께 기소했었다.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환조사에 출석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전자신문 DB)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환조사에 출석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전자신문 DB)

조 회장이 사망한 이 날은 이 재판의 3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으나 검찰의 기일변경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다음 달 13일로 일정이 연기됐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과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조 회장을 포함한 다른 피고인들도 앞선 2차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해 추가로 진행하던 수사도 즉시 중단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조 회장이 배임 행위를 저지르면서 회사에 끼친 손해만큼 본인은 이익을 얻었는데 이 수익에 대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피의자인 조 회장 사망으로 공소권이 소멸돼, 수사는 종결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5월 서울 목동 소재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섰다. (전자신문 DB)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5월 서울 목동 소재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섰다. (전자신문 DB)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형사재판도 일단 다음달 2일로 연기됐다. 조 회장 사후의 뒷수습 상황에 따라 재판 기일은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