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4차산업혁명 강조...손 놓은 국회와 표류하는 ICT산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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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법안을 논의하지 않음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표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진흥법, 전자서명법, 데이터경제 활성화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ICT 핵심 법안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이다. 국회는 4차 산업혁명을 연일 강조하지만 정작 기본이 되는 법안조차 논의를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는 SW,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법 논의와 통과를 촉구했다.

9일 전자신문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15명을 대상(전체 21명, 무응답 제외)으로 SW진흥법(전면개정안)과 전자서명법(공인인증서 관련 개정안)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의원 6명만 찬성 의견을 보내 왔다. 나머지 의원들은 해당 법안 내용을 모르거나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찬성 의견을 표한 의원실도 “법안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하는 등 법안 논의 진척이 없음을 시인했다.

데이터경제 활성화 3법도 상황은 비슷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안이 연계 발의돼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경제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법안 통과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은 아직 상임위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신용정보법은 법안소위 상정만, 개인정보보호법은 한 차례 논의만 각각 진행됐을 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SW와 공인인증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힌다. 관련법이 지난해 한꺼번에 발의된 이유는 변화되고 있는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작 법안 발의만 되고 논의는 정쟁 등에 밀려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국회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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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에서도 관련법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SW진흥법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으로, 4월 국회 개회 시 우선 논의돼야 할 대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과방위 회의에서 “SW진흥법은 19년 만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전부개정안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법적 과제이자 중요한 숙제”라면서 “전부개정안이어서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규제법이 아니라 진흥법이기 때문에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주요 ICT 관련 의원들도 SW진흥법 등 ICT 관련법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는 관련법의 조속한 통과를 갈망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과 직결한 만큼 법안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면 관련 업계가 받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홍구 한국SW산업협회장은 “SW와 데이터 등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이자 타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주요 기술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지원 법률을 만들어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관련법이 핵심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만큼 법안 논의와 조속한 통과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법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4월 임시 국회가 열리면 관련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법안별로 세부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