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사양산업?.. 대형화 되면서 후방산업 성장세

PC방, 사양산업?.. 대형화 되면서 후방산업 성장세

PC방이 고급화, 대형화되고 있다. 전체적인 사업장 수는 줄었지만 대형화를 통해 복합여가시설로 성격을 바꾸는 중이다. 인접산업 성장과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도 이끈다.

10일 국세청 사업자현황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올해 1월 1만480개로 집계됐다. 2001년 2만2548곳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 점포가 사라졌다. 표면적으로 모바일 게임 대중화와 저출산으로 10~20대 인구가 줄어 사양산업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할 수 있다. 업계는 대형화로 인해 단순 숫자가 감소했다고 풀이한다.

각 PC방별 PC수를 조사한 정부부처 통계자료는 없다. 다만 PC방 솔루션으로 대략 짐작은 가능하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PC방당 평균 보유 PC대수는 87.7대다. 10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PC방은 29%, 90~99대는 10%, 80~89대는 13.52%로 절반을 넘는다. 49대 이하 영업장은 4.2%에 불과하다.

실제 강남, 건대, 사당, 신촌, 노원 등 각 지역 번화가 PC방을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38곳 중 3곳을 제외하면 60대 이상 PC를 보유하고 있었다. 100대가 넘는 점포도 10곳 존재했다. 3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거대 PC방도 있었다.

마포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사장은 “중소규모 PC방이 폐업하면서 내놓는 매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며 “한참 때 같지는 않지만 단순히 PC방 숫자가 줄었다고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PC방은 최근 대형·고급화하는 추세다. 카페 못지않은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이다. 주연테크, 다나와, 아프리카TV, 제닉스 등 PC하드웨어 관계사는 물론 콘텐츠 업체까지 직접 PC방 운영에 뛰어들었다. PC방 지원 프랜차이즈도 PC방 사업에 뛰어들며 VR, BJ, e스포츠 부스를 운영하는 등 복합시설로 성격을 바꿨다.

대형화된 프랜차이즈 PC방은 고사양 PC와 게이밍기어, 숍인숍 형태 음식점을 갖추며 경쟁한다. 라면은 기본이고 각종 커피, 다양한 볶음밥, 감자튀김, 햄버거,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와 파스타, 탕수육 등 간편조리 음식도 판매한다.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PC방 e스포츠 대회도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이끌어 전국규모 e스포츠 대회로 진행되고 있다.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사장은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은 옛말”이라며 “학생뿐 아니라 성인도 데이트를 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PC방이 대형화되고 집중화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인접 산업이 함께 성장한다. 제닉스, 시디즈 등에서 PC방 전문화를 내세운 의자가 나온다. 헤드셋,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도 다양한 게이밍 기어가 줄지어 등장한다. PC방 서비스가 많아지고 최저임금이 올라 무인선불기 확산도 활발해졌다. 무인선불기는 PC방 요금결제, 게임머니 구입, 문화상품권 결제 기능을 갖춘 키오스크다.

새로운 사업모델도 등장했다. 웹젠은 청소업체 영구 클린과 PC방 클린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무인 PC방 도입을 추진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