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회사 삼성SDI가 '막걸리'에 꽂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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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가 100년 전통 지평막걸리 회사인 지평주조의 '품질경영' 성공 스토리를 벤치마킹했다.

삼성SDI는 최근 온라인 사보를 통해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의 경영철학을 듣는 인터뷰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1925년 설립된 지평주조는 지평막걸리를 생산해 지난해 166억원 매출을 기록한 주조회사다. 가업을 이어 지평주조를 이끌고 있는 10년차 경영인 김기환 대표는 취임 후 8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고 올해 전국 판매까지 시작하며 '아는 사람만 알던' 지평막걸리를 전국구 막걸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김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 원칙은 '품질'이다. 그는 전통적 제조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균등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손맛'에 의존하기보다는 설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대량생산 난관이었던 막걸리 맛 편차를 없애기 위해 인력과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현대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8년 전 매출 2억원 규모였던 지평주조는 올해 200억원 매출을 바라보는 규모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막걸리는 밥을 지은 후 누룩과 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제조 과정이 간단해 보이지만 원재료인 쌀, 물, 누룩과 환경 요소인 온도, 습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곧 발효의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있고 오염 가능성도 높다.

이는 배터리 제조와 닮은꼴이다. 동일한 화학 조성도 생산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물질과 습기는 생산과정의 적이다. 조립공정을 거쳐 배터리 외관을 갖추더라도 마지막으로 충·방전을 반복하며 '숙성'시켜 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성화 공정도 필수다.

이 때문에 생산규모를 급격히 확대하면서도 균일한 고품질을 지켜낸 지평주조 성공 스토리는 삼성SDI 직원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인터뷰를 접한 삼성SDI 직원들은 “품질 제일주의는 배터리를 업으로 하는 우리 회사와 동일하다” “막걸리 열풍에 편승하지 않고 꿋꿋하게 설비와 품질개선에 투자한 것이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인 것 같다”는 댓글을 남기며 호응했다.

삼성SDI는 최근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면서 품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영현 사장은 취임 초부터 넘버1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있어서 경쟁업체들이 추종할 수 없는 기술적 도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사업장 간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인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해 나가는 상황에서 어느 사업장이건 최고의 품질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