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논의, 이번에도 물건너갈까…패스트트랙 두고 첩첩산중

선거제 개혁 논의, 이번에도 물건너갈까…패스트트랙 두고 첩첩산중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할지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이견을 보이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의당이 바른미래당에 결단을 요구하면서 개혁안 처리가 산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제 개혁이 이대로 묻히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정의당 오가는 설전…공수처 타협 안 돼vs비속한 표현 유감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11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서 “정의당은 왜 책임을 바른미래당에 전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선거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의회정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정의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추진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이어 “손학규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불씨를 살려 여기까지 온 선거제 개혁이 바른미래당으로 인해 좌초된다면 국민들이 매우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무총장은 “순수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각 당의 이해관계를 물리치고 지금까지 온 것 아니겠냐”며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과연 처음 추구했던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인가, 아니면 그 정도면 만족하고 정의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가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심도 있게 논의하고 다 같이 고민 끝에 결단 내려야 할 문제지, 어느 한 정당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맞받아쳤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공수처법 세부 합의도 서둘러 처리하자고 촉구한 것이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 취지”라고 반박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의 모순…득표율 낮아도 의석 확보, 대표성 낮아

현행 선거제는 1987년 이후 실행하고 있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다. 이 제도에서는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해도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다. 1위가 아닌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표성을 가진 의원이 선출된다.

예를 들면 2000년 총선에서 유효투표의 25.2%를 받고도 당선되는 경우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낮은 투표율인 64.5%를 감안하면 이는 전체 유권자의 16.2%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다. 나머지 80% 이상의 표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행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 아래에서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간 관계를 악화시킨다.

16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39%와 35.9%의 득표율로 48.4%와 41.8%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2004년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은 41.9%의 지역구 득표율로 지역구 의석의 53.1%를, 한나라당은 37.9%의 지역구 득표율로 41.2%의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다.

낮은 득표율로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정당에는 상대적으로 이익이 되고 군소정당에는 상대적으로 손해가 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현행 국회의원선거제도의 비례대표제로 전면적인 변화나 비례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두고 첩첩산중

선거제 개혁을 두고 그 방식에서 이견이 많다. 당선자를 어떻게 결정할 것이며 (단순/절대다수제 또는 비례대표제), 선거구당 의원정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소선거구제 또는 중/대선거제) 등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논란이 된다.

당선자 결정방식은 투표방식과 전국·지역구 의원수 배분, 선거구당 의원정수 등과 연관이 있다. 선거구당 의원정수와 당선자 결정방식, 의원정수 등이 선거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핵심 논의대상이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선거제도를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 문제 전반을 논의했다. 3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이라는 선거제 개편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그러나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될 공수처법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느냐는 문제로 이견을 보이기 시작해 논의가 멈춘 상태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 4·3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분까지 더해져 패스트트랙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선거법과 관련해 끝까지 여야 합의하에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전 대표는 9일 “선거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특히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제가 반드시 막아야겠다”며 “국회가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다수의 횡포로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고 당 안에서도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