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2>창업 초 직원에게 제공할 인센티브가 갖추어야 할 요건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창업 초 동료를 독려하기 위해 많은 CEO가 파격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시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동료가 이러한 인센티브 요인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을 때가 많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인센티브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비해야 할 중요요건인 '신뢰'와 관련된다. '신뢰'는 지극히 당연한 구성요소이기에 그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고용주가 아무리 파격적인 수준의 능률급 내지 성과급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실제 해당 과업을 달성했을 때 당초 약속한 급여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어떠한 근로자도 적극적으로 과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과업 목표를 달성했을 때 경영자가 약속을 변경할 충분한 유인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과업 수행 전에는 자신의 근무 태만 내지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겠지만, 실제 그러한 과업을 달성할 경우 경영자는 또 다른 인센티브 구조에 직면한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2>창업 초 직원에게 제공할 인센티브가 갖추어야 할 요건

가장 유치하며 치졸한 방법은 제공하기로 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이외에도 경영자는 다양한 유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과업이 초과 달성했을 때 경영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과업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근로자 중 일부를 해고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 다른 유인으로는 근로자에게 이제부터 더 많은 과업 목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경영자가 당초 약속한 급여를 지급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해고 가능성이 높아졌거나 향후 더 높아진 과업 목표를 제시받을 경우 결코 경영자가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센티브제도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구축해야 할 신뢰 수준이라는 것은 단순히 약속한 성과급을 제공하는 수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뢰'의 중요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경영자가 당초 제시한 인센티브 지급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신뢰 못지않게 경영자가 자신들의 성과 수준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믿음 내지 신뢰 또한 중요하다.

사기업인 택배회사와 공기업인 우체국은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배송 담당자의 배송 경로와 행태를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두 회사의 경영진 모두 자사의 배송 담당자에게 앞으로 배송 과정에 대해 업무평가를 실시해 이로 인해 급여에 차등을 두겠다고 천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근로자는 상반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먼저 비용 절감과 이윤 창출에 민감한 사기업인 택배회사의 경우에는 배송 행위를 평가해 비용을 절감할 경우, 해당 기업과 주주의 이윤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주주로부터 배송 행위를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인구조를 근로자 역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체국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우체국은 택배회사와 같이 경영자를 압박할 주주가 없다. 또 배송 시 유발되는 비용을 절감했다고 해서 이로 인해 유발된 이윤이 경영자 내지 근로자에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우체국 직원은 경영자가 자신들을 평가하겠다고 천명했다 해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지금 직원이 좀처럼 인센티브에 반응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CEO가 있다면 신뢰 측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