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5> "진학은 생각도 안하던 제가 대학을 목표로 해요"

[게임은 질병인가?]<5> "진학은 생각도 안하던 제가 대학을 목표로 해요"

“여기 와서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이유를 깨달았어요. 경험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에요.”

아현정보산업학교 게임제작과 황석준 학생은 직업학교에 들어온 이후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정식으로 게임제작 공부를 하면서 좀 더 깊은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깨달았다. 누가 가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황 군은 “게임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부모님이 먼저 알아봐 주셨다”며 “꿈에 맞는 과에 와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제작과는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을 이용한 게임그래픽 개발, 유니티엔진을 활용한 게임 제작 등 탄력적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미래 유망 산업인 게임제작 인재를 배출한다. 프로그래밍언어, 미디어 콘텐츠 실무, 컴퓨터 기획, 컴퓨터 그래픽 등을 배운다.

수업시간은 실로 자유로웠다. 하지만 딴짓하는 학생은 없었다. 게임방송을 작은 창에 켜놓은 학생조차도 수업내용에는 눈을 반짝였다.

학생들은 수업 중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쏟아냈다. 교사는 옆으로 가서 상세히 가르쳐줬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학생들은 스펀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였다.

직업교육을 하는 학교 특성상 1년간 배운 지식으로는 사실상 현업에 투입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토대를 만드는 기초 교육에 집중한다.

현재 게임제작과 관련한 교육기관은 90여개 정도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전문학교를 제외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40여교가 포진해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배우고 싶은 과에 진학하고자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박헌석 학생은 “다들 대학 진학을 생각한다”며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미래를 향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에야 학부모가 응원해주고 있지만 초기에는 학부모는 입학 자체를 꺼렸다. 공부가 싫어 게임을 제작하러 간다는 우려였다. 그래서 게임제작과는 졸업 전까지 관련 자격증 4개를 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게임기획전문가, 게임그래픽전문가, 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 ITQ, GTQ, ICDL 등이 대표적이다. 취업과 진학 양쪽 모두 가능하게 되자 학부모 만족도가 올라갔다.

게임제작과를 지도하는 송숙하 교사는 “같은 희망과 진로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모여있으니까 출결이 좋다”며 “원하는 걸 배우니 수업도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가 굉장히 만족해한다”며 “아이들이 만족하니까 대부분 응원하며 밀어준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장애 질병분류 시도와 보건복지부의 질병코드 등재 시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은 학생의 의지는 강했다.

황 군은 “게임산업이 위축될 것 같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