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케이블TV 아날로그 종료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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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 아날로그방송 종료협의체 위원장 /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박승권 아날로그방송 종료협의체 위원장 /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2000년 초 케이블TV 디지털화는 케이블TV 사업자가 가입자당 평균 시청료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케이블TV 시장은 기대와 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농·어촌 지역, 도심 저소득 지역 등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은 디지털 케이블TV를 수용할 경제력이 없거나 관심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2016년 말까지 놀랍게도 거의 50%에 가까운 케이블TV 가입자가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8VSB, 즉 지상파 디지털방송 변조 방식을 케이블TV 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2014년 3월에 허용했다. 주문형비디오(VoD)나 양방향 고화질의 완전한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수용할 수 없지만 고가의 디지털 셋톱박스 설치 없이 수십개 또는 100여개 정도 단방향 디지털 채널 수신이 가능했다.

8VSB 방식으로 케이블TV 사업자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는 아날로그 방송이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현재 사업자 통계에 따르면 아날로그 시청자의 99%가 디지털로 전환했다.

이러한 노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날로그 방송 종료지원협의체를 2017년 3월에 발족시키면서 시작됐다. 현재 케이블TV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 매체는 100% 디지털이다.

2019년 2월 현재 8VSB 방식을 통한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640만명, 양방향 디지털방송 가입자 수는 770만 수준으로 각각 집계됐다. 아날로그 가입자 수는 20만 이하로 보고됐다.

IPTV는 2009년에 국내 도입이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1개 국가에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역별로 2~3개가 보통이다. 한국에는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역별로 위성 1개, 케이블TV 사업자 1~2개, IPTV 사업자 3개 등 총 5~6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과열된 경쟁 환경이다.

국제 수준의 컨설팅 회사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인수합병(M&A)될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전망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 무엇이 건더기고 무엇이 국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탁해져 있다. 이러한 혼탁함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거대 외국 사업자에 기회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케이블TV 플랫폼은 기술이 건전하며 세계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케이블TV 사업자의 절대 다수는 IPTV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출현하고 있는 케이블 기술로 완전히 대칭되는 10기가급 방송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제2 이통사업자이면서 IPTV를 제공하던 KDDI가 일본 대표 케이블TV 사업자인 Jcom과 JCN을 2013년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KDDI가 케이블TV를 IPTV만으로 교체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독일의 보다컴이 제1 케이블TV 카벨 도이칠란트를 인수했지만 지금까지도 케이블TV를 주력으로 유지하고 있다. 케이블TV 플랫폼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업자들이 케이블TV 사업자를 M&A하더라도 케이블TV 사업 자체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승권 아날로그방송 종료협의체 위원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sp2996@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