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1년 만에 '금호' 품 떠나는 아시아나항공...전격 매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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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설립 31년 만이다.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라간 금호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서 재계 순위도 60위까지 떨어지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모습.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금호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뼈대로 하는 자구안을 의결시키고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 및 채권단은 자구계획 접수 직후 긴급 채권단회의를 열고 “금호 측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채권단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매각절차 진행 중 유동성 부족, 신용등급 하락 등 시장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매각 작업은 즉시 추진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금호산업 최대 주주는 지분 45.3%를 보유한 금호고속으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그룹은 이번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까지 모두 매각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호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정도만 보유한 자산 규모 4조5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내려앉게 됐다. 재계 순위도 25위에서 60위로 떨어진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 매각과 관련해 △자회사의 별도 매각은 금지하되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 △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청권)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M&A 종결까지 아시아나항공은 현 한창수 대표이사가 경영 등 조건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금호그룹은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박삼구·박세창 지분 42.7%, 박 전 회장 부인과 딸 지분 4.8%),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3.5%)을 담보로 제공하며 유동성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해 왔으며, 매각이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시키는 것이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발전과 아시아나항공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생각해 매각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400억원이고,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3200억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금호그룹은 지난 9일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채권단에 5000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안 수용을 거부했다.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