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딛고 선생님의 길로...안제영 신목중 교사 "정부·출판사, 대체자료 확대 힘써달라"

안제영 신목중학교 교사.
안제영 신목중학교 교사.

지난달 초 서울 시내 신목중학교로 부임한 안제영 교사는 시각장애인이다. 신체적 불편함을 이겨내고 1년 3개월 동안 60여권 상당 수험서를 독파,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안 교사는 “시험 막판 석 달을 남고 놓고는 하루 13시간씩 공부에 매달렸다”며 “주로 온라인강의로 수업을 들었다”고 합격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사범대학 졸업과 비슷한 시기에 교사 발령을 받았다. 국어를 가르친다.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안 교사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이다.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준 중·고등학교 은사들 영향이 컸다. 당시 선생님들 덕분에 학구열을 불태울 수 있었다.

은사들 못지않은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게 목표다.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먼저 학생들 위가 아닌 옆에서 자주 소통한다. 이때 한계보다는 가능성을 눈여겨본다. 말과 행동이 같은 교사가 될 각오다.

그러나 안 교사가 지금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대체자료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체자료는 수험서를 포함한 일반 책을 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한 도서를 뜻한다.

비장애인은 인터넷,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어떤 책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그렇지 못하다. 원하는 대체자료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험서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안 교사는 봐야 할 책을 미리 정한 뒤 복지관이나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대체자료로 변환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석 달 후에나 신청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그마저도 한 번에 최대 7권까지만 맡길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다양한 교재를 빠르게 손에 쥘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은 책이 없어 공부 못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위안 삼았다.

다만 전문직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을 위해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선 “대체자료가 폭넓게 보급되도록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기업, 기관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지키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출판사를 향해선 쓴소리를 했다. 안 교사는 “출판사가 원본 파일만 넘겨주면 2~3일 만에 대체자료가 나올 수 있는데, 협조가 안 되다 보니 두세 달씩 걸린다”며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출판사가 우려하는 저작권 문제를 두고는 “장애인 전용 기계에서만 내용이 보이게 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하면 얼마든 해결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대체자료는 책장을 한 장씩 일일이 뜯어 스캔 작업을 거친 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텍스트 자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해석상 오류나 오탈자가 발생한다.

그는 선·후배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혜택이 있다면 능동적 자세로 챙겨야 한다”며 “시험에 합격하거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배들은 자신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해지도록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