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센터 곳당 게임상담자 연평균 4명꼴, "병 만들어 환자 키울 판"

전국 50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등록한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 수가 연평균 20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독관리 최전선 기구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게임 장애 수요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임 장애 질병화가 섣불리 도입될 경우 무리한 환자 만들기 같은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21일 이동섭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약 190명을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로 관리 중이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서울 4곳을 포함해 전국 5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1개 센터가 연간 관리하는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가 평균 4명이 채 안 되는 셈이다. 광역시 가운데 대전센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단 2명만 인터넷·게임 상담자로 등록했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한 번 등록이 되면 3개월 이상 센터를 방문하지 않거나 일부러 빠지지 않는 한 회원으로 유지한다. 인터넷과 게임을 구분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게임으로 인한 상담자 수는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공식화되면 가장 빠르게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곳이다.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게임 중독을 다룬다. 이 가운데 국제질병분류(ICD)에 등재되지 않은 항목은 인터넷·게임이 유일하다. 센터는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 매뉴얼 '인터넷·게임중독 선별과 단기개입(SBIRT-IAD)'을 확보하고 전문 요원 교육도 실시하는 등 수년간 공을 들였다.

이동섭 의원은 “센터는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되면 가장 먼저 관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나름대로 준비된 기구”라면서 “장기간 사업을 진행한 곳도 곳당 연간 평균 4명도 채 안 되는 상담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면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게임 장애 환자 수요가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아직까지 알코올이 중심”이라면서 “인터넷·게임 상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다.

2012년 국회에서 열린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 마련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중독법 반대 플래카드를 펼쳐보이자 관계자들이 나서 제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2012년 국회에서 열린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 마련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중독법 반대 플래카드를 펼쳐보이자 관계자들이 나서 제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낮은 인터넷·게임 상담자 비중이 추후 '환자 부풀리기'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 연구소장은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되면 관련 사업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계에 있는 사람도 환자로 만드는 무리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과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중독센터, 힐링센터 등 현행 제도만으로도 게임 부작용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졸속으로 게임 장애 질병화를 추진한 정황도 나왔다. 단 네 번 회의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다루는 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WHO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WHO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 한국, 중국, 터키 등 네 곳에서 인터넷·게임 장애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게임 장애가 중독 행위로 인한 질환이라고 언급됐다. WHO는 다음 달 총회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명시한 ICD-11을 승인할 방침이지만 집행이사국인 미국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WHO는 ICD-11에서 게임 장애 질병화에 유예 조건을 붙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장 수요보다 의료진 등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게임을 중독물질, 질병으로 만들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인터넷/게임 중독 등록자 총계(2015~2018) 단위, 명, 출처 보건복지부

중독센터 곳당 게임상담자 연평균 4명꼴, "병 만들어 환자 키울 판"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