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이재환 톱텍 회장 "글로벌 나노소재업체로 도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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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나노소재 기업 강자로 레몬을 키워 나갈 겁니다. 자신도 있고, 중장기 사업 로드맵을 통한 성장 밑그림도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나노 멤브레인을 적용한 생활 소비재 '에어퀸'(생리대)은 레몬이 세계적 나노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입니다.”

[특별 인터뷰] 이재환 톱텍 회장 "글로벌 나노소재업체로 도약하겠다"

KTX 김천·구미역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려 도착한 톱텍 자회사 레몬에서 이재환 회장을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 뒤로 이 회장은 나노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운을 뗐다. 톱텍은 국내 공장자동화(FA) 부문에서 손꼽히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2017년에는 디스플레이 장비부문 성장에 힘입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중견 장비기업이 대중적인 생활소비재 제품인 '생리대' 시장에 뛰어든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의문이 풀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나노 멤브레인을 활용한 생활소비재의 상업적 성공 확신과 자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올해 레몬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주력은 '에어퀸'이지만 상장 이후 레몬은 나노 멤브레인을 통한 메디컬 소재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나노 멤브레인을 적용할 수요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1992년 26살에 청년 창업을 한 이후 한평생 기계설비 분야에 투신, 전문기업을 일궈온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도전과 꿈'을 들어봤다.

대담-서낙영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 국장

-톱텍은 주력이 자동화 설비고,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부문이다. 나노 섬유소재라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게 된 계기는.

▲톱텍은 자동화 설비 설계와 제작, 운영에 있어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 나노 사업 시작도 나노 멤브레인 대량 생산 설비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2007년 출발했다. 기계설비 사업 일환이었다. 이후 생산장비 개발이 이뤄진 이후에는 소재만 수요처에 팔려고 했다. 하지만 수요처에서 나노소재를 적용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늦었다. 대량 생산설비를 통해 뽑아낸 나노 멤브레인을 직접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을 아예 개척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난해 7월 일본 현지에서 공동 개발한 김익수 신슈대 교수팀과 함께 나노 멤브레인을 적용한 생리대 등 생활 소비재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나노 소재 사업에 10여년 넘게 공들여 온 것인데, 간략한 과정을 소개하자면.

▲레몬을 설립한 것은 2012년이지만 나노 섬유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7년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익수 교수가 당시 일본에서 나노 멤브레인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만드는 양이 10원짜리 동전 크기에 불과했다. 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계만 있으면 대박이라는 말에 톱텍 기계설비 노하우와 접목할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10여년간 초기 연구개발 과정과 생산라인 투자 등에 400억원을 쏟아 부어 최첨단 대량 생산라인을 구축했다(실제 둘러본 레몬의 나노멤브레인 생산라인은 반도체 라인 못지않은 클린룸의 높은 청결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노 멤브레인은 생소한 소재다. 어떤 소재인가.

▲나노 멤브레인 소재는 폴리우레탄을 전기방사를 통해 머리카락 400분의 1 크기 미세한 줄기로 뽑아낸 나노 섬유다. 방수와 방습이 되면서도 탁월한 통풍성을 갖추고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나노 멤브레인을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나노 크기 작은 막대입자 사이로 표면적 85%를 차지하는 약 300나노미터 크기 기공이 나 있다. 물방울 입자가 40만나노미터니까 1000배 이상 작은 숨구멍이 무수히 많이 나 있는 거다. 이를 통해 방수와 방습은 되면서도 공기는 통하는 것이다.

원천 기술은 나온 지는 100년도 넘었다. 세계 소재 관련한 기업이나 연구실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느냐다. 그러면서도 소재 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기술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폭 1m에 길이 200m의 나노 멤브레인 롤을 전수 조사해서 바늘구멍이 2개 이상 나오면 불량이다. 레몬은 까다로운 이 기준을 통과한 양산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나노 멤브레인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 없다시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재 특성을 들으니 에어퀸이나 아웃도어 의류에 적용했을 때 왜 효과적일지 이해가 간다.

▲그렇다. 여성 생리대인 에어퀸은 쉽게 설명하면 기존 순면 생리대 뒷면에 폴리에틸렌(PE, 비닐) 대신에 나노 멤브레인을 적용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PE처럼 방수는 되면서도 공기가 통하니 높은 통기성으로 습한 기운을 최소화하며 살아 숨 쉬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는 기저귀와 마스크 등을 비롯한 생활 소비재 전반과 아웃도어 의류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수요처는 무한정에 가깝다. 통기성 운동화, 모자, 농산물 포장, 야외용 스피커 등 습기는 잡으면서도 통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서 수요를 만들 수 있다.

-나노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다고 들었다.

▲대량 생산설비 개발과 제작이 끝나고 나노 소재 아웃도어 제품도 내놓으며 생산을 하던 2016년에 생산라인이 전소되는 화재를 겪은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200억원에 달하는 생산라인이 한순간 불타 없어지는 것을 보고 사업을 접을 생각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노스페이스 공급의 길이 보였고,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마치며 다시 정상화의 힘을 받게 됐다.

-회사 어려웠던 점을 언급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장비 관련 삼성디스플레이와 송사에 휘말렸고, 회사 매각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와 첫 공판이 있었다. 대표이사 입장에서 여러 부분에서 할 말은 많지만 현 시점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이해해 달라.

-톱텍은 상장사이기도 하다. 일반 투자자를 위해 레몬의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의류와 에어퀸 등 사업 계획을 소개한다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노스페이스와 3년 소재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 가을부터 노스페이스가 '퓨처라이트(FUTURE LIGHT)'라는 브랜드로 나노 멤브레인이 적용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노스페이스가 브랜드에 500억원 이상 대대적 광고를 계획해 기대가 크다. 노스페이스 측에서 3년 계약 이후 장기 계약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톱텍 구주를 통한 레몬 지분 투자 여지도 열려 있다고 본다.

에어퀸은 이달부터 국내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승부는 세계 시장에서 날 것이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망 확충과 세계 20여 국가와 대리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생리대 시장은 고령화 사회로 진척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국민 수에 100을 곱하면 그것이 연간 시장 규모다. 국내만 50억개이고, 베트남은 100억개 시장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0조원이다. 반도체 못지않다. 여기서 1%만 차지해도 2조원인 셈이다.

-레몬의 주식 상장을 비롯해 나노 사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있다면.

▲올해 레몬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 나노 멤브레인과 EMI(전자파 장애) 차폐 등 부품이 매출 절반씩을 담당할 것이다. 내년은 3000억원을 넘기는 것이 목표고, 에어퀸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중장기로는 앞으로 10년 동안 1조원 가까이 투자할 것이다. 앞으로 레몬이 톱텍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레몬 상장 후 인공혈관이나 의료용 밴드 소재로 수요처를 넓힐 것이다. 실제 골절 접합 등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결과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국내 중견업체가 글로벌 넘버원 나노 소재로 커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끝으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청년 실업과 관련, 청년들에게 창업을 비롯한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해줄 말이 있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정말 심각한 당면 과제고 해법도 쉽지 않다. 좀 더 많은 청년이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 2030세대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열린 기회와 재기의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나 역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두려움 없이 좋아하는 일인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창업을 했다.

청년 기업가라면 모든 것을 준비해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이를 고취하는 것이 우리들 선배 몫이고, 사회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재환 회장은

출생지는 경북 봉화다. 부산기계고와 동서대 기계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CEO다. 26살이던 1992년 톱텍을 창업해 30년 가까운 사이 국내 대표 기계설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7년에는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급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2011년 충남디스플레이산업기업협의회 부회장과 2015년 협성회 회장단 간사를 맡기도 했다. 나눔재단 월드채널 중앙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도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2009년 올해의 구미시 최고기업인상을 비롯해 2013년 세종대왕 나눔봉사 대상을 받았다. 2016년 대통령산업포장과 2018년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최우수경영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