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2분기부터 회복"…예상보다 빨리 '바닥'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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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구체적 증거·확신 있어"...전문가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경기 침체 터널이 예상보다 빨리 끝을 보이고 있다.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주문이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1분기를 끝으로 저점을 통과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5일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메모리 시장이 올 2분기부터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응용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D램 서버는 '점진적 회복', 모바일 D램은 '완연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시 2분기는 1분기 대비 D램과 유사하게 응용 분야 전반에 걸쳐서 수요 점증을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구체적 증거와 확신이 있다”고까지 장담했다. 김석 SK하이닉스 상무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투자 확대와 대만의 서버 연구개발(R&D)·생산(ODM) 업체 및 부품 업체들의 수요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SK하이닉스가 수요 회복을 자신한 건 이례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와 1분기 실적설명회 때도 하반기에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가 확신에 차 수요 회복을 강조한 건 실제 주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1분기에도 서버용 D램 시장의 경우 1월과 2월에 대비해 3월 큰 폭의 수요 증가가 있었다”면서 “낸드 플래시는 중국 모바일 수요 증가, 128GB 고용량 제품 확대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반등을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56Gb MLC 낸드플래시 현물거래가는 지난 3월 25일 이후 한 번도 주춤하지 않고 줄곧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 하락 폭도 줄었다. 지난 1월 PC용 D램 제품인 'DDR4 8Gb 1Gx8 2133㎒' 월별 평균고정가격은 지난 1월 17.24% 감소한 반면에 2월 14.50%, 가장 최근인 지난 3월에는 1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값이 내려갈 때까지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2분기에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주요 서버업체 등 회사들이 수요가 있음에도 가격 감소 추이를 관망하고 구입을 미루고 있었다. 6월 이후에는 구매를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요가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도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 평택 공장 발주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시는 삼성의 주력 메모리 공장이 있는 곳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초 메모리 시장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면서도 “시장 전망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항상 조금씩 틀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메모리 업체들은 향후 시장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생산 물량을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는 10% 이상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36단과 48단 3D 생산을 중단하는 등 시장 환경에 맞춰 제한적으로 생산을 진행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 2분기에는 1분기 기저 효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각각 10%, 20% 중반 늘릴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면서 “연간 D램 출하량은 10%,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30% 각각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메모리 시장은 수요 가시성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와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에는 시장 환경 개선 신호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장기로는 5G 네트워크 도입, 새로운 폼팩터 제품 출시, 클라우드 게임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소개되고 있어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해서는 더욱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