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신사 담합 철퇴···부정당제재 등 후폭풍 거셀 듯

ⓒ케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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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전용 회선 사업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4개 통신사에 과징금 133억원을 부과했다. 통신·금융 분야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통신사에 대한 부정당 제재(입찰 참가 제한)가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공공 통신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승격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공정위는 공공 전용회선 사업 입찰 12건에서 담합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33억800만원을 부과하고 KT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과징금은 각각 57억4300만원, 38억9500만원, 32억7200만원, 4억1700만원이다.

담합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통합전산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우정사업본부 등의 회선 구축 사업에서 발생했다. 경쟁을 줄여 낙찰가를 높이기 위해 낙찰 예정 회사를 정하거나 낙찰 회사 외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했다. 합의 대가도 지급했다.

공정위 판결에 따라 4개 통신사에 대한 부정당 제재 공산이 커졌다. 국가계약법 제27조와 시행규칙 76조에 따르면 담합은 부정당 제재 사유가 되며, 부정당 제재를 받으면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4개 통신사 간 담합이 수년에 걸쳐 12개 입찰에서 발생한 만큼 부정당 제재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피해 기관은 공정위 최종의결서(약 6주 후)를 받은 이후 '지체 없이' 기관장 보고 등 부정당 제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부정당 제재 시기는 조율할 수 있지만 담합이 12건에 이르는 만큼 최장 2년 입찰 제한이 예상돼 시기 조정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동시에 1년 이상 부정당 제재를 받으면 공공 통신망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 2분기 이후 우본 기반 망 사업(1300억원), 총 2000억원 규모의 철도통합망(LTE-R) 사업, 경찰청 통합망 사업이 추진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정보통신기간망 구축, 광주·울산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 등 굵직한 사업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통신사와 사업 참여를 타진하는 중소기업도 우려하고 있다.

과징금 외에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KT의 타격이 막대하다. 케이뱅크 대주주로 등극한다는 계획 달성도 어려워졌다.

KT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대(현재 지분은 10%)하기 위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대주주로 인정받으려면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고발·과징금 처분으로 가능성이 매우 옅다는 관측이 압도한다.

중단된 금융위 심사 재개도 기약이 없게 됐다. 금융위는 공정위가 KT를 조사하고 있음을 고려, 17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공정위 최종의결서 수령, 검찰 조치 등이 마무리돼야 심사 중단을 해제할 수 있다. 금융위는 공정위가 KT의 또 다른 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검찰이 KT를 기소한다면 재판 결과까지 나와야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