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학생 불법체류,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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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교육을 대표하는 한국외국어대의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 급증에 정부 당국도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관리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교육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교육계는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10여년 간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학 생존의 대안이었다. 불법체류자 유학생 양산은 등록금 동결과 학력인구 감소 시대 재정을 메우려는 대학과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을 달래주는 정부의 합작품이었다. 대학은 무리하게 유학생을 유치하고, 정부는 '정원외' 규정과 인증 제도로 묵인했다. 관리가 가장 취약한 어학연수생이 먼저 터졌다. 이제는 교육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전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유학생 유치가 답(?)'…예고된 부작용

학령인구 감소는 1990년대부터 진행됐다. 1주기 구조개혁 평가에서 4만7000명을 감축했으나 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감소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졸업생과 재수생을 모두 합쳐도 정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학생 수는 올해 153만8576명으로 전년(166만9699명) 대비 7.9%(13만1123명)나 줄었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 정원인 48만 3000명 대비 2021학년도에는 5만 6000명이 미충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원대로라면 330여개 대학 중 약 38개교가 폐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3학년도 입학자원은 4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 집중현상까지 겹쳐 지방대학은 유학생이 없으면 버티기가 힘든 수준까지 왔다. 인건비를 포함한 기본 운영비만 현재 대학 등록금 수입의 60~70% 수준을 차지한다.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대학 존폐와도 맞물려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록금은 10년째 동결 중이다. 대학은 기본 운영을 위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유학생 유치에 혈안이 됐다. 몇 년 전에는 학생수 충원과 국제화 역량 과시를 위해 장학금을 줘가면서까지 무작위로 유학생을 데려왔다. 중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불어닥친 한류 확산과 고등교육 수요 증대는 유학생 유치에 한몫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10만936명이다. 이들 중 학부생을 포함한 학위과정은 절반인 5만2392명이다. 어학연수생은 3만5436명이다. 어학연수생은 물론이고 학부생 상당수가 정원외 학생이다. 대학이 정원 부담없이 유학생을 모집했다는 뜻이다. 제약 없이 학교 재정을 위해 유치한 유학생 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비자 절차간소화 혜택을 준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 제도는 여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락가락 정부 정책

2011년 옛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일부 부실대학이 재정충원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선진화 방안'을 수립했다. 질 관리 차원에서 인증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때다.

그러면서도 유학생 확대 정책은 계속했다. 당시 이주호 장관은 한 지역의 유학생 페스티벌에 참여해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정책을 설명하고 유학생 유치 및 지원 강화 의지를 밝혔다.

대학역량강화사업에는 대학의 국제화 지표를 넣어 외국인 유학생 숫자를 확대하도록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등록금 재정이 아닌 이 지표를 위해 대학이 학력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유학생을 유치했다.

당시에도 수많은 언론은 물론 교육부 문건에서도 불법체류자가 우려된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부작용을 예고하면서도 유학생 유치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대학 등록금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의 숨통을 터준다는 차원이었다.

문제는 유학생 유치에만 관대했다는 점이다. 대학의 해외 진출은 사실상 막았다. 2018년이 되어서야 해외에 분교나 캠퍼스를 설립하지 않아도 교육과정 수출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외 대학에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이수한 학생에게 국내 대학 졸업장을 주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 진출 길을 터줬다.

교육과정 수출을 추진해 온 한 대학 관계자는 “수요가 있었을 때는 규제 때문에 막혀 있다가 이제는 중국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면서 “시기를 놓쳐 결국 해외로 나가는 대시 외국인 유학생 국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학생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니 지역 편중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불법체류 브로커가 공략하기에 좋은 대상이다. 사드로 인해 중국 유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베트남 경제 규모가 커지자 대학은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한번 설명회하고 수백명씩 모집하는 식의 유치활동이 경쟁적으로 펼쳐졌다. 베트남 어학연수생 10명 중 7명이 불법체류라는 충격적인 조사는 이같은 활동의 결과물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유학생 불법체류는 2015년 5879명, 2016년 5652명, 2017년 8248명, 2018년 1만3945명으로 급증했다.

◇유학생 '숫자'가 아닌 '경쟁력' 관리로 전환해야

법무부와 교육부는 재정보증 한도를 높이고 한국어 수준을 높이는 식의 불법체류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이보다는 경쟁력 높은 학생을 데려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불법체류자를 막기 위해 대학이 모든 학생 학사 일정을 관리하고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보다는 한국에 정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수준 높은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한국 이공계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싶어하는 학생을 중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학생 유치활동도 중국과 베트남 등 특정 국가 위주가 아닌 동유럽, CIS 국가 들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인사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어학원보다는 대학원이나 학부 교과목 중심 유학생 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대학이 현지 대학과 교류 등을 통해 안정적인 통로로 국제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