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정부는 '관리 강화' 주문만

교육부가 각 대학에게 외국인 유학생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게 외국인 유학생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교육 대표 대학인 한국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370여명이 최근 2년 사이 무더기로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학생 불법 체류 문제가 서울 지역 주요 대학으로까지 번지면서 정부와 대학의 유학생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9일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외대 외국인 유학생(어학원+학부생) 불법체류자는 2017년(2016년 7월 1일~2017년 6월 30일) 193명, 2018년(2017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176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평균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비율이 4%대인 것을 감안할 때 한국외대 불법체류 비율은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외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비율은 2017년 8.6%, 2018년 11.3%였다. 한국외대는 불법체류 비율 상승으로 올해 초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대학에서도 탈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유학생 불법체류자가 늘어도 관리가 부실한 하위권 대학 문제였다”면서 “서울 지역 주요 대학에서 10%가 넘게 나온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독]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정부는 '관리 강화' 주문만

불법체류 유학생은 한국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유학생으로 재정을 확보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쉽게 학생 수를 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외국인 유학생에 주목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유학생 가운데 어학연수생 불법체류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위기를 느낀 교육부는 지난주 각 대학에 유학생 관리를 강화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어학 연수생의 불법체류 비율이 20%를 상회하며, 특히 베트남 어학연수생 불법체류 비율이 70%를 넘어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외대도 불법체류 유학생 가운데 베트남 국적이 가장 많았다. 2017년 128명, 2018년 134명으로 전체 불법체류 유학생 가운데 약 70%를 차지했다. 수도권 A대학 유학생 담당 관계자는 “베트남 유학생의 불법체류자가 많이 생길 공산이 큰 것은 알지만 베트남에 가면 한국 대학에 오겠다는 학생이 줄을 섰다”면서 “수백명을 한 번에 데리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정원도 채우고 재원도 한 번에 마련할 수 있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체류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로 인터뷰 절차 없이 들어온 학생의 이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대학은 비자 발급 과정이 간소화되고, 외국인 유학생 선발에 자율화를 주기 때문에 오히려 비자 발급이 어려운 외국인이 인증대학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B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불법체류자 수를 알아내는데 1년, 국가 통계가 잡히는데 또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략 2년이 지나야 문제를 정부에서 알아챌 수 있다”면서 “올해 말 불법체류 유학생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2017년 8200여명에서 지난해 1만3900여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유학생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최근 보낸 공문에서 '각 대학에서는 베트남 어학연수생 초청 및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만 당부했다.

이찬열 의원은 “대학의 자체 검증 부실로 불법체류가 증가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외대는 “이제는 불법체류자가 많이 나온 특정 국가는 현지에 가서 면접을 본 뒤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면서 “과거 닷새 연속 결석하면 전화를 했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결석하면 바로 전화하는 등 유학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외대,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수>

자료: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실, 법무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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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 문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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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